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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동빈, '혼돈의 롯데' 두고 美서 어떤 말?


롯데, 檢 전방위 수사로 공황 상태…日 주총 후 해결 과제 산적

[장유미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국 합작사 공장 기공식에 예정대로 참석키로 함에 따라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힐 지를 두고 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미국 시간으로 이날 오전 10시 30분(한국시간 오후 11시 30분) 미국 루이지애나주 웨스트레이크에서 열리는 롯데-엑시올 합작 에탄 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다.

이날 신 회장은 기공식이 끝난 후 미국 주재 국내 언론사 기자들과 간단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비해 롯데그룹은 정책본부 대외협력단 홍보임원 1명을 지난 주말 현지에 급파했다.

◆ 檢, 롯데 전방위 수사…계열사 추가 압수수색에 그룹 "당혹"

롯데그룹은 현재 오너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및 비리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자 당혹감을 넘어 공황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검찰이 나흘 전에 이어 또 다시 롯데건설 등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전방위 수사에 나서자 그룹에서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14일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등 계열사 10여곳을 포함해 총 15곳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계열사 주요 임원들의 자택도 포함됐다.

이번 추가 압수수색은 주로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된 각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롯데건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안전상의 이유로 공군으로부터 10여년 동안 숙원사업이던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성남 비행장 항로 변경을 진행하면서까지 롯데 측의 손을 들어주자 이후 특혜 의혹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 사업은 롯데물산이 시행과 운영을,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롯데그룹은 지난 10일 롯데그룹과 계열사, 임직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을 당시까지만해도 롯데건설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업계에선 롯데건설의 부동산 거래와 일부 사업 특혜 의혹이 제기됐지만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이 나흘 만에 롯데건설에 대해 압수수색을 펼치자 그룹은 '아연실색'했다. 롯데건설은 제2롯데월드 외에도 지난 2014년 7월 롯데쇼핑에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또 지난해 동탄2신도시 백화점 사업에서도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써내고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이날 롯데건설 외에도 롯데알미늄과 롯데케미칼, 롯데상사, 코리아세븐,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부산롯데호텔, 제주호텔리조트 등 10곳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 과정에서 롯데가 계열사 간 부당한 자산거래를 한 정황뿐만 아니라 오너일가와 계열사 간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의 횡령, 배임 등도 포착됐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2014년 7월 보유하고 있던 롯데상사 지분을 헐값으로 롯데쇼핑 등에 매각해 계열사 간 자산 부당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코리아세븐은 롯데피에스넷과 롯데알미늄 부당지원 관여 의혹을, 롯데케미칼은 해외에서 원료를 사올 경우 계열사를 거쳐 거래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더불어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상사, 대홍기획 등 롯데 계열사들은 2000년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과 10여 건의 부동산 매매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검찰은 신 총괄회장이 개인 소유 토지를 계열사들에게 넘길 때 시세보다 비싸게 팔아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어제 신 총괄회장 재산관리인 3명에 이어 오늘도 신 회장 재산관리인 4명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며 "이들이 모두 정책본부 소속인데다 총수 자금을 관리하고 있어 계열사에서 조성된 자금이 정책본부를 통해 흘러간 것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들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롯데 계열사들이 어떤 형태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이럴 경우 비자금이 정책본부를 통해 그룹 고위층이나 오너 대주주에게 어떻게 귀속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제2롯데월드와 관련해서는 살펴보고 있지만 현재 수사에 몰입할 만한 단서를 찾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배임과 관련해서는 계열사 간 자산 또는 자본, 내부거래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거래가 거래의 주체인 해당 계열사의 배임 거래 형태인지 살펴보고 있다"며 "다른 한 편으로는 총수나 대주주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식을 통한 비정상적인 특혜를 통한 배임 구조가 있는지도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원톱' 신동빈 "'경영권 유지'가 우선"

이 같은 상황에도 신 회장은 기공식을 마친 뒤 바로 일본으로 이동해 이달 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대비에 나선다. 검찰 수사 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까지 되살아 나면서 당장 '경영권 유지'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현재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호텔롯데의 회계장부에서 수상한 거래 기록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표심 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2일 밤 일본으로 돌아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종업원지주회 등을 대상으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신 회장 중심의 현 경영체제의 문제점과 함께 롯데그룹의 검찰 수사를 촉발시킨 책임 등을 물어 신 회장을 비롯한 현 임원진 6명을 해임하고 자신과 이소베 데쓰를 임원에 재임명하는 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또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로 복귀시키는 안도 함께 내놓은 상태다.

또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롯데그룹의 사회적 신용과 기업 가치가 훼손됐다"면서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 경영 쇄신을 실현할 주주 제안을 제출했다"고 밝히는 등 자신의 복귀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신 회장은 당장 '경영권 유지'가 최우선이라고 보고 미국 출장을 마친 뒤 곧바로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과 또 한 번 표 대결을 펼쳐야 하는 만큼 종업원지주회 등 자신을 향한 표심 굳히기가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종업원지주회가 독립적으로 권한 행사에 나설 경우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 봐선 신 전 부회장이 표 대결에 나선다고 해도 종업원지주회의 전체 의견이 기존과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신 회장에 대한 종업원지주회의 지지도 여전히 굳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 귀국 후 해결 과제 산적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면서 롯데그룹이 추진하던 사업들은 모두 제동이 걸렸다. 현재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계열사는 20여 곳으로, 이들은 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일 정도로 그룹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더불어 신 회장의 측근이자 그룹 내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하던 핵심 수뇌부 사장단들도 검찰의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정책본부 중 절반 이상이 검찰 조사에 직접 연루됐고 관련 직원들은 중요 서류와 함께 휴대폰까지 빼앗기면서 업무 마비 상태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만큼 이르면 다음달 초 귀국할 예정인 신 회장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아졌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줄소환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무엇보다 신 회장이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내걸었던 호텔롯데 상장과 이에 따른 지배구조 개선 등에 관한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돼 향후 어떤 결단을 내릴 지를 두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투명 경영' 실현을 위해 가장 많이 공들였던 호텔롯데 상장은 지난 13일 철회됐고 이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후 추진하려 했던 많은 M&A 건도 무산됐다. 또 호텔롯데 상장을 시작으로 추진하려 했던 코리아세븐·롯데리아·롯데정보통신·롯데건설 등 주요 비상장 계열사들의 IPO도 어려워지게 됐다.

롯데케미칼은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자마자 지난 10일 미국 엑시올사의 인수를 포기했고 올해 말 완공 예정이었던 롯데월드타워 운용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됐다. 여기에 관세청이 면세특허 심사기준 중 법규준수·윤리경영에 비중을 두게 될 경우에는 올 연말 예정된 잠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권 재획득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경영권 분쟁 이후 계속돼 온 악재에 그룹 내부 직원들이 모두 지쳐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면서 업무에 더 차질을 빚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롯데를 둘러싼 이런 저런 혐의를 두고 사실 관계 확인 없이 의혹 단계에서 추측성 얘기들만 쏟아져 나오는 데다 검찰이 전방위로 수사에 나서면서 롯데가 혼란에 빠졌다"며 "내부에서는 이러다 회사가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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