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정기국회 전까지만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김 대표가 향후 어떤 역할을 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더민주는 지난 3일 국회에서 당선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당 대표 등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전당대회를 오는 8월 말에서 9월 초 열기로 합의, 당무위에서 의결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이날부터 앞으로 100일의 임기동안 새로 선출된 우상호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춰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준비 후 사퇴 의사를 밝힌 김 대표는 5~8일 연휴기간 휴가를 떠난다. 그는 제주도와 자택 등지에서 휴가를 즐기며 향후 정국 구상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에서 복귀한 뒤에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전국 각지 지역위원회를 꾸리기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등을 설치하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역위원장 공모와 전당대회 개최 전 당헌 당규 손질 등 작업은 7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김 대표는 또 당 내 경제비상대책기구를 설치하는 작업도 지휘할 계획이다. 당 내에서 경제 분야와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목소리를 낼 적임자가 김 대표이기 때문이다.
박광온 대변인은 3일 당무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비상대책기구를 설치하기로 의결했고 그 구성에 관한 권한을 당 대표에게 위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당대회 이후 김 대표가 경제비상대책기구를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하기가 어렵다"며 "(회의에서 김 대표가) 경제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비대위가 오는 8월 말~9월 초 해산된 이후에도 당의 경제 수장으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비대위 해산 이후 토사구팽당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는데, 경제비상대책기구를 잘 끌어간다면 이같은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더민주 이개호 의원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전부 공론화된 것 아니냐"며 김 대표가 경제특별기구의 수장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의원은 "토사구팽이라는 모양새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지 않느냐. 상당히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김 대표가 경제대책기구의 수장을 맡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 측면에서 보면 정권 교체까지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토사구팽 한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가 당에 남아있을 경우 내년 대선 국면에서 2012년 대선 당시와 같은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 대표가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해 경제 공약을 총괄하며 대선 승리에 기여했던 것처럼 더민주의 공약을 짜는 임무를 부여받을 수도 있어 보인다.
향후 문재인 전 대표와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15일 더민주에 합류, 4·13 총선 결과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공동 운명체가 됐다.
그러나 '불안한 동거'는 총선 이후 '김종인 합의 추대론'을 놓고 중대 기로에 섰다. 김 대표 측에서는 합의 추대론이 힘을 잃고 대안으로 '전대 연기론'이 부상할 때에도 문 전 대표가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기류가 있었지만 문 전 대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와 관계가 회복되지 않고 당 내 입지 확보에 어려움을 계속 겪을 경우 김 대표가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새 대선 구도를 그려나갈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선 더민주를 경제 정당, 수권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김 대표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일단 협력 관계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대선 판도가 요동칠 경우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급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현정기자 jh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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