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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면세점 정책에 공항면세점 '공백' 조짐


김포·김해공항 또 유찰…공항공사 "임대료 인하 등 일부 조건 변경 검토"

[장유미기자]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면세사업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자 사업성이 떨어지는 공항면세점을 외면하는 업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시내면세점 수가 점차 증가하면서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공항면세점의 임대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수익성이 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김해공항과 김포공항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제안서 접수가 지난 15일과 18일 각각 마감됐으나 참여업체가 없어 모두 유찰됐다.

입찰은 최소 2곳 이상의 사업자가 응찰해야 진행할 수 있지만 롯데·신라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글로벌 면세 업계 1위 기업 '듀프리' 마저도 이번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공항면세점 사업자 선정은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공항면세점은 시내면세점과 달리 한국공항공사의 사업자 선정 낙찰 후 관세청 특허 적격 심사를 받는다. 그러나 공항면세점들이 모두 유찰되면서 오는 24일 예정됐던 관세청 특허 신청 마감도 늦어지게 됐다.

이처럼 면세업체들이 공항면세점 입찰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임대료가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김해공항)과 지난 1일(김포공항) 1차로 진행한 입찰이 유찰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재 김포공항 국제선 면세점 2곳은 국제선 3층 일반구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업계 1,2위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각각 운영하고 있다. 롯데는 433㎡ 규모의 DF2구역에서 주류와 담배를, 신라는 400.2㎡ 규모의 DF1구역에서 화장품과 향수를 독점 판매하고 있으며 오는 5월 12일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롯데와 신라는 현재 김포공항에서 연간 700억~800억원의 매출을 올려 한국공항공사에 200억원대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상태로,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와 신라는 지난해 1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도 한국공항공사는 이번 2곳의 면세점 입찰에서 1차 입찰과 동일하게 최소 528억원을 요구했다. 또 향후 면세점 부지를 76% 가량 확장해 넓어진 비율만큼 임대료를 추가로 받게 되면 실제 업체들이 내야 할 임대료는 930억원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자 선정 입찰이 모두 유찰되면서 공항면세점 운영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며 "관세법상 6개월간의 의제기간이 있어 한국공항공사가 기존 사업자에게 연장 운영을 요구하고 관세청이 이를 승인할 가능성도 있지만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매장 매출은 고객수와 고객 단가에 의해 결정되는데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중국인 객단가는 점차 떨어지고 있고 공항 이용객수가 갑자기 늘어날 상황도 아니어서 매출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시내면세점까지 추가되면 공항면세점이 받는 타격은 더 커질 것으로 보여 공사 측이 임대료를 낮추지 않으면 앞으로도 입찰에 나설 업체는 거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신세계가 중도 포기한 김해공항 면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세계는 이곳에서 연간 25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다가 이를 포기하는 대신 부산 시내면세점과 다음달 오픈 예정인 서울 시내면세점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공항공사는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 면세점(DF1) 980.44㎡ 면적의 매장을 연간 임대료 427억원에 내놨지만 1차 입찰에 이어 2차 입찰에도 참여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입찰에도 업체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 여부가 이달 말로 연기되면서 업체들이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내면세점과 달리 매년 적자를 기록하는 공항면세점을 굳이 운영할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내면세점이 추가로 생기는데다 임대료까지 높아지면 그 자체로 사업성이 크게 훼손된다"며 "면세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도 수익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자를 부담하면서 굳이 공항면세점을 운영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한국공항공사는 업체들의 의견을 토대로 임대료 인하를 포함해 공고문 내용을 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기관의 공고가 두차례 이상 유찰될 경우 관계법령에 따라 입찰 공고 내용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빠른 시일 안에 재입찰을 공고할 예정"이라며 "공고시기는 이달을 넘기지 않을 계획으로, 현재 관세청과 협의 중이어서 결정된 부분은 없지만 임대료 인하 등 일부 내용을 변경하려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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