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세상에는 숱한 역할수행게임(RPG)들이 있다. 나만의 캐릭터를 육성하고 좋은 장비를 입히는 RPG 장르 특성은 어디에 붙여놔도 어색함 없는 감초와도 같다.
액션을 강조하면 액션 RPG고, 퍼즐 요소를 넣으면 퍼즐 RPG가 된다. 감독의 입장에서 작전을 내리고 팀을 조율하는 매니지먼트 요소를 넣으면? 그럼 'RPG매니저'가 된다.
우주(대표 최동조)가 지난 1일 출시한 'RPG매니저'는 말 그대로 RPG에 매니지먼트의 재미를 접목한 이색 게임이다. 개성과 성능이 각기 다른 9개 종족, 8개 직업으로 이뤄진 카드들 중 나만의 5인 파티를 결성해 대전을 벌이는 과정을 담았다.
각각의 카드들은 각기 다른 기술을 갖추고 있어 벌어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단, 그럴듯한 스토리는 기대하면 안된다. RPG매니저는 전략에서 시작해 전략으로 끝나는 게임이다.
이용자는 본격적인 전투를 들어가기에 앞서 5장 카드로 덱을 구성해야 한다. RPG의 3대 직업군이라 할 수 있는 탱커와 딜러, 힐러를 고려해 덱을 구성하면 된다.
초반에야 적당히 카드를 배분해도 무난히 클리어 되지만 나중가서는 '한 끗' 차이로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 특성에 따른 맞춤형 덱을 설계해야 겨우 이길 때도 많다.
덱 구성을 신중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이 게임은 일단 전투를 시작하면 중간에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프로야구에서는 원활히 풀리지 않는 경기를 보다못한 감독이 '작전 타임'이라도 외칠 수 있지만, 이 게임은 그런 게 없다. 전술적 판단이 틀릴 경우 하나하나 쓰러지는 아군을 보게 된다.
조작의 재미는 없지만 보는 재미는 확실하다. 불 구경 다음이 싸움 구경이라는 말이 있듯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는 아군과 적군 카드들의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전투는 길면 3분 가량 진행되며, 일정 시간이 지날 때마다 카드들은 전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을 펼친다.
카드 디자인은 무난한 편. RPG매니저는 헐벗은(?) 여성 캐릭터들이 즐비한 카드 게임만 즐겼던 이용자들에게는 다소 가혹한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이 게임은 매혹적인 일러스트 대신 전략을 내세운 게임이다.
단, 초반 튜토리얼이 다소 딱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RPG매니저가 여타 게임들과는 다른 게임인 만큼 보다 세심하고 눈에 띄는 구성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진입장벽만 무사히 남긴다면 확실히 다른 묘미가 기다리고 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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