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하나금융투자는 6일 지금까지는 단순히 '빅데이터'가 강조됐지만, 앞으로는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알고리즘에 주목해야 한다며, 국내 주요 플랫폼 및 게임업체들의 인공지능 현주소를 진단했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빅데이터 분석, 활용 및 적용을 위해 머신러닝(딥러닝), 자연어처리 등을 포함한 인공지능 기술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플랫폼·게임 기업들은 제한된 자원과 사업영역을 고려해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버:국내 인공지능 경쟁에서는 우위
하나금융투자의 황승택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13년부터 '네이버랩스'를 통해 인공지능 관련 연구를 진행중이다. 검색 및 쇼핑, 번역 서비스 등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특히 라온(대화형 인공지능)을 통해 16년 이상 쌓은 방대한 양의 사용자 데이터와 검색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학습을 거쳐 최적화된 답변을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올 상반기 중으로 라온을 '라이브 검색'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 나이, 성별, 직업, 관심사, 소셜관계 등 개인정보 외에도 검색시간, 위치정보 등을 모두 고려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라온은 네이버의 쇼핑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인 '쇼핑 윈도'내의 채팅기능인 '네이버톡톡'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공급자가 소비자의 질문에 직접 답했지만 라온이 적용되면 라온이 시스템상의 재고를 파악해 대답해주게 된다.
번역 분야에서도 네이버의 딥러닝 기반 번역기가 지난 2015년 아시아 번역품질 평가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황 애널리스트는 "네이버는 방대한 양의 검색 데이터와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기업 간 인공지능 경쟁에서는 우위를 점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글로벌 흐름에 맞춰 국내 인공지능 기술 개발 여건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으로, 국내 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따라 네이버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봤다.
이어 "정부가 네이버를 비롯한 6개 기업의 인공지능 연구개발비를 지원하기로 하는 등 정부의 인공지능 산업 육성 의지도 네이버에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카카오:뉴스 서비스에 AI 적용…카카오뱅크에도 활용 전망
카카오는 이용자 반응형 추천시스템 '루빅스'를 작년 6월부터 포털 다음의 뉴스 서비스에 도입했다. 카카오의 전략적 관계사인 '두나무'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기자 '뉴뉴스(New News)'가 작성하는 실시간 주식시장 기사를 카카오증권(옛 증권플러스 포 카카오)에 게시할 계획이라고 황 애널리스트는 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사업자이기도 한 카카오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세대 금융서비스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이 자산관리에 대해 자문해주는 것)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자문사와 이용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준비중이며, 빅데이터 기반 중금리대출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황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뱅크가 중국 텐센트의 ‘위뱅크(WeBank)’처럼 이용자 데이터 기반 신용도 중금리 대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면, 틈새시장 공략도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반으로 신용평가모델 구축의 완성도가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카카오뱅크의 머신러닝 알고리즘 개발 속도는 지속 개선될 것"으로 관측했다.
◆게임 산업, 인공지능이 차세대 성장동력
황 애널리스트는 "게임기업들의 경우 학습기능이 내재된 게임시스템을 적용해 이용자 성향과 레벨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단계에 이르러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 잔존율 상승, 플레이시간 증가 및 유료서비스 이용률 확대 등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며 향후 게임산업의 주요 성장동력은 인공지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엔씨소프트에서는 지난 2012년에 사내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위한 AI(인공지능)센터를 설립하고 많은 양의 플레이 데이터로부터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 결과물로 NPC(Non-Player Character)가 유저의 수준에 맞게 대응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는데, 이는 게임을 너무 어렵게 만들면 초보자들은 즐기기 곤란하고 너무 쉬우면 마니아들은 금방 싫증이 난다는 것을 감안한 것이란 설명이다.
올해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에 업데이트된 '무합의 탑' 콘텐츠에 이런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됐고, 출시예정인 '리니지 이터널'의 다이나믹 던전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넥슨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을 모바일 게임에 적용중이다. 개발자가 입력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자동으로 배경을 생성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반기 출시 예정인 넥슨지티의 '서든어택2'에서는 '스쿼드 모드'를 통해 인공지능이 적용되는데, 사용자가 AI캐릭터를 선택해 부대를 형성하고, AI 캐릭터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선택한 AI캐릭터로 꾸려진 분대와 전략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전투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넷마블게임즈에서도 60여명의 인력이 AI연구조직인 '콜럼버스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콜럼버스는 사용자 데이터를 하루에도 수십억 건씩 수집해 실시간 분석중으로,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 각각에 맞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황 애널리스트는 "예를 들면 사용자가 특정 위치에서 반복해 실패할 경우, 원인 분석 후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식"이라며 "이렇게 하면 사용자는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게임 회사는 해결 방법으로 유료 아이템 제시를 통해 수익성 제고를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인공지능의 적용은 게임산업이 한 단계 확장되고 진화될 수 있는 대안으로, 향후 가상현실(VR)과 AI의 접목을 통해 게임산업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이 될 공산이 크다"며 "인공지능의 발전은 게임산업 성장 속도에 동력이 될 전망으로, 현재 게임 업체가 인공지능 연구 및 투자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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