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을 '신고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면세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추가 여부를 두고 롯데와 반롯데 면세업체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현대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면세사업을 둔 대기업의 신경전은 갈수록 격화되는 분위기다.
15일 현대백화점은 공식 자료를 통해 "현행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면 개방해 면세점 간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며 "우수 업체들이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면세시장의 진입장벽 자체를 완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규사업자들이 자유로운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며 "이번 일을 통해 신규 특허권이 추가가 될 경우 우리도 면세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이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정부가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면세제도개선안에 신규 특허 추가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특허 심사에서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은 다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또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후 면세사업을 이어갈 지를 두고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번에 신규 특허 추가가 이뤄지면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2012년 그룹 기획조정본부 산하에 신규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면세점 사업을 준비해왔다. 또 지난해 초에는 호텔신라, 신세계 등에서 10년 이상 면세사업을 담당했던 전봉식 씨를 상무로 영입했다. 작년 5월에는 중소중견기업들과 손잡고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했으나 신규 사업권 획득 실패 후 같은 해 9월 법인을 청산했다. 현재는 TF만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현대백화점 역시 다시 면세사업에 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역시 지난 1월 시무식에서 "(면세점 진출은) 기회가 있다면 볼 것"이라며 "어떤 업태를 떠나서 다양한 기회가 된다면 충분히 연구해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 제한을 없애고 '신고제' 전환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 신고제 전환이 법 개정 등 여러 제약 조건 때문에 어렵다면 현행 허가제를 유지하되 운영능력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상당수 기업에 대해 사업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장을 밝혀 면세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렇게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신규 면세점은 3~4개 이상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연말 사업권이 탈락된 롯데와 SK, 작년 7월 고배를 마신 현대백화점과 이랜드 등 4개 기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서울 시내 면세점이 약 10개 정도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각에선 공급과잉이라고 주장하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면세점 증가에 따른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롯데와 SK네트웍스의 면세사업권을 뺏은 두산그룹과 신세계 등 신규 면세점들은 이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 상황에서도 이미 충분히 많은 면세점이 들어서 있어 롯데와 SK가 사업을 이어갈 경우 영업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 1위인 롯데가 다시 사업을 하게 될 경우 많은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이들은 정부가 이달 말 개선안을 발표할 시 신규 특허를 추가하는 안을 포함할 경우 집단 행동을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대표,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 이천우 두산 부사장, 권희석 에스엠면세점 대표 등 5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대표들은 지난 14일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회의에서 각 대표들은 "신규 면세점 오픈 후 1년 정도는 지켜보고 난 뒤 신규 특허가 검토돼야 한다"며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방문객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무리하게 면세점을 늘리면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개장 초기여서 아직 점포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특허를 내주는 것은 업계 전반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단체 관광을 조장하는 면세 사업권을 새롭게 추가하기 보다 사후 면세점 활성화에 정부가 더 나서 개별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함으로써 관광의 질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많은 신규 업체들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반대하고 있어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사업자가 많다고 공멸한다고 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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