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최근 스마트폰 시장은 '기획 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폰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비싼 값으로 고가폰을 사는 소비자들이 줄어들자 특별한 기능이나 디자인, 마케팅 요소 등을 내세운 폰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펩시마저 중국 업체에 외주 생산을 맡기고 펩시 로고를 강조한 저가 스마트폰을 판매했을 정도다.
특히 국내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지원이 제한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격경쟁력만 높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는 않는다. 비싼 스마트폰처럼 구매욕을 자극할만한 필수 요소가 있어야 한다.
SK텔레콤은 기획폰 '루나'폰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루나는 아이폰 못지 않은 디자인과 아이돌 스타 '설현'이 등장하는 감각적인 광고로 중저가폰 열풍을 주도했다.
루나폰에 고무된 SK텔레콤은 제2의 설현폰 '쏠'(Sol)을 출시한다. 루나가 TG앤컴퍼니와 폭스콘의 합작품이라면, 이번엔 중국의 TCL을 파트너로 맞았다.
'쏠'은 기획의 냄새가 '루나'보다 더 강하다. 디자인이나 기능면에서 군살을 싹 뺐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격(33만9천300만원)을 낮춰도 고가 스마트폰 못지 않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전략이 엿보였다.
'쏠'은 일단 폰이 담긴 박스 크기가 삼성이나 애플의 2배다. 폰을 사면 기본으로 제공하는 오디오업체 하만의 JBL 고급 이어폰, 대용량 10400mAh 외장배터리, 32GB 외장 SD카드가 박스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자주 구입할 수 밖에 없는 주변기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전 고객조사에서 스마트폰 사용자가 주로 많은 시간을 미디어 콘텐츠 이용에 할애한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이를 위해 추가로 외장배터리, 이어폰, 메모리카드 등 액세서리를 별도 구매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꼭 필요한 사양과 액세서리패키지를 먼저 구성했고 이를 제조사와 협업을 통해 구현해 냈다"고 말했다.
'쏠'의 외관은 특별하진 않았다. 폰 전체를 메탈로 휘감았던 루나폰에 비하면 투박한 편이었다. 쏠은 플라스틱인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 소재가 적용됐다.
대신 플라스틱인만큼 무척 가벼웠다. 5.5인치 화면인데도 불구하고 무게(134g)가 삼성의 5.1인치 갤럭시S6(138g)보다 가볍다. SK텔레콤은 쏠이 5.5인치 이상 제품 가운데 가장 가벼운 무게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쏠'은 두뇌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중저가폰에 주로 탑재되는 퀄컴의 스냅드래곤615를 장착했다. 애플리케이션 구동이나 게임 환경에서 현재 쓰고 있는 갤럭시노트5만큼 원활하다는 느낌은 덜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고사양 게임을 즐기지 않는 편이라 큰 무리는 없었다.
이 폰에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무엇인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쏠'은 영상이나 음악 등 콘텐츠 감상, 사진 촬영 면에서 고가폰 못지 않은 환경을 제공한다.
쏠의 해상도는 풀HD(1920x1080)로 삼성, LG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미치지는 못해도 애플의 아이폰6S플러스와 같다.
카메라의 화소수는 후면이 1천300만화소, 전면이 800만화소다. 특히 셀프카메라 촬영에 적합하도록 전면 카메라를 LG전자의 G4 같은 플래그십 폰 못지 않게 화소 수를 높인 게 특징이다. 거리 풍경이나 셀카를 찍었을 때 화질면에선 애플 아이폰6S나 삼성 갤럭시노트5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느낌은 없었다.
배터리는 일체형으로 용량은 2천910mAh로 12시간 정도 지속됐다. 플래그십 폰과 큰 차이가 없었다.
'쏠'은 진수성찬이 아니라 꼭 먹을 반찬만 잘 차려놓은 밥상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쏠쏠하다는 표현이 적합한 폰이었다. 한편으론 주변기기와 설현 사진이 담긴 커다란 박스가 폰을 압도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스마트폰이 인기를 얻는 시대가 도래했는지도 모른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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