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기자] "실리콘밸리 (삼성 법인의) 역할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시장에서 적절한 모델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국과 실리콘밸리에 국한되는 게 아닌 국제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나아가야합니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최고전략책임자(사장)는 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삼성전자 새너제이 법인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사물인터넷(IoT)·헬스케어·스마트카 등 최근 시장의 트렌드는 기존의 비즈니스와 달리 기업 간의 파트너십 구축과 다른 영역의 기술 융합이 강조되는 만큼 이를 위한 최적지인 실리콘밸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
실제 이날 기자가 찾은 세계 IT 혁신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는 이 같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분주한 삼성전자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 삼성전자, 실리콘밸리 입성 30년…"이제는 도약할 때"
삼성전자는 지난 1983년 실리콘밸리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30여년만인 지난해 9월 이곳 새너제이에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분야의 연구개발, 마케팅, 고객지원 역량을 한 곳에 결집한 DS부문 미주총괄 신사옥을 준공했다.
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미래 부품사업 동력 발굴을 위한 전략혁신센터(SSIC, Samsung Strategy & Innovation Center)▲완제품 분야의 혁신을 위한 글로벌혁신센터(GIC, Global Innovation Center) ▲벤처투자 및 인수합병, 스타트업 기업발굴, 인큐베이팅 등을 담당하는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Samsung Research America) 등이 위치해 있다.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각 조직간 적극적인 교류와 다양한 혁신기업들과의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 체결 및 인수합병 등을 통한 혁신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손영권 사장은 "실리콘밸리는 하나의 장터이자 파트너들, 생태계가 새로운 시장(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혁신의 중심"이라며, "미래 시장을 예측하고 신성장동력을 선점할 수 잇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CES를 보면 자동차 중심의 빠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며, "C가 '컨슈머(Consumer)'가 아닌 'Car'로 변했는데, 이런 변화를 잘 잡아서 그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왔던 모바일 시장의 흐름이 최근 모빌리티, 사용자경험 등으로 이동하고 있고, 스마트카와 스마트홈 등 개인형 맞춤 시스템과 관련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 사장은 "과거 10년은 모바일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될 지 모든 업계가 이를 찾고 있다"며, "기술 및 비즈니스의 변화를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전만 해도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기 위해 DVD 대여점을 찾았지만, 지금은 넷플릭스가 이를 대신하고, 테슬라는 불과 수년만에 기존 완성차 업계가 수십년 유지했던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며,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미주 법인의 핵심 역할도 이러한 변화하는 비즈니스 시장에서 적절한 모델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략혁신센터를 통해 반도체 솔루션 기반의 IoT 기기 개발 플랫폼 '아틱(ARTIK)' 모듈을 공개, 다양한 기업들과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글로벌혁신센터는 미국의 IoT 업체인 '스마트싱스', 모바일 간편결제 기업 '루프페이'를 인수, IoT와 핀테크 등 삼성전자의 미래 핵심 기술 확보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역시 삼성전자의 미래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하드웨어(HW)부터 소프트웨어(SW), 서비스, 플랫폼 등 여러 주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지난해 출시된 '기어S2'의 라운드형 디스플레이와 회전형 베젤, 삼성페이 지문인식 기능 등 주요성과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실리콘밸리 내 이 같은 혁신 조직을 통해 앞으로 여러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속하고,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다양한 연구개발센터를 통해 중·장기적인 기술개발로 리더십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헬스케어 ▲스마트머신(스마트카 등) ▲IoT ▲빅데이터(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손 사장은 "삼성전자가 핵심(코어) 비즈니스로 시장을 계속 리드하고, 생태계와 시장점유율을 끌어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리콘밸리의 비즈니스도 한국과 실리콘밸리에 국한되는게 아닌 국제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 이노베이션 센터 구축 등 투자를 계속 늘려 혁신을 창조하는 '엑셀러레이터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헬스케어 시장은 모바일보다 40배나 큰 비즈니스로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라며, "IT·모바일·웨어러블·센서가 발전하면서 앞으로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CES에서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스마트카 분야에는 "포드, GM 등이 많은 파트너십을 찾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사실) 지금까지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는 "하지만 앞으로 10년을 보면 그런 회사들도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술이 변하고 시장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IoT와 관련해서는 "각 지역에서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첫번째는 엔터프라이즈 쪽이 될 것"이라며,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이어주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장점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는 네트워크 사업에 대한 설계방식을 이해하고, 생태계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리콘 밸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실리콘밸리서 문화적 변화 주도할 것"
또 데이비드 은 삼성전자 글로벌혁신센터 사장 역시 이날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 위치한 스마트싱스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다양한 혁신 성공 사례를 강조했다.
글로벌혁신센터는 그동안 창업가 지원을 위해 선두 업체들과 협력, 소프트웨어 혁신 제품 창출을 도왔다. 또 초기 유망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는 등 관련 생태계 및 혁신 기술 확보에 전략적 행보를 보여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글로벌혁신센터가 지난 2014년 인수한 '스마트싱스'를 통해 여러 IoT 기기 제조업체 및 개발자와 협력, IoT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루프페이' 를 인수, 삼성페이를 앞세워 세계 간편결제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데이비드 은 사장은 "미래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 사용자경험이 더욱 향상 될 것"이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 경험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글로벌혁신센터를 통해 이러한 문화적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혁신센터는 빅데이터, 보안, IoT, 가상현실, 모바일커머스 등 총 37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IoT의 SW와 서비스는 하드웨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고, 모바일 페이먼트 분야는 결제 외에도 파생될 수 있는 SW에서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고 이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가상현실은 게임을 넘어 커뮤니케이션 교육 등 여러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현재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 36개 연구소를 두고있다. 지난 2014년 기준 총 138억 달러(한화 약 16조 6천580억 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새너제이(미국)=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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