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심장이 벌렁거린다. 가슴이 쿵쿵 뛴다. 두 눈을 부릅뜬 그가 다가오자 저승사자를 마주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 모바일로 출시된 공포 게임을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이하 화이트데이)'를 플레이하며 든 감정은 분명 긴장과 떨림이었다. 어두컴컴하고 온갖 비밀을 머금은 학교 안을 돌아다니는 경험도 아찔하기 그지 없었다. 급히 화장실 안에 들어가 문 밑에 난 틈으로 날 뒤쫓는 수위가 얼른 다른 곳으로 가길 기다리는 경험도 끔찍했다.
화이트데이는 꽤 잘 만들어진 국산 공포 게임이다. 2000년대 초 1세대 게임사 손노리가 출시한 동명의 PC 패키지 게임을 모바일화했다. 그래픽 품질과 공포감은 원작 이상. 이용자를 놀래키는 각종 귀신들과 좀비처럼 학교를 배회하는 수위 아저씨의 존재감도 한층 강화됐다. 화이트데이를 하루 앞두고 좋아하는 여학생의 자리에 사탕을 두고 오고자 늦은 밤 학교를 찾는다는 설정은 원작과 동일하다.
게임은 스산한 가야금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학교 내 두곳의 본관과 신관, 강당 등을 무대로 각종 단서를 찾아가며 게임을 풀어가는 방식이다. 일인칭 시점을 채택해 정면 외에는 시야가 제한된다. 조작은 매끄러운 편이다. 화면 좌측에 위치한 가상 패드로 움직이고 우측 화면으로 방향을 조정할 수 있다. 앉거나 달릴수도 있다. 너무 어두워 한치 앞도 볼 수 없다면 게임 도중 습득할 수 있는 라이터를 키면 된다.
이 게임의 공포감은 썩 만족스러운 편이다. 원작 화이트데이를 해보지 않은 이용자라면 특히 요즘 보기 드문 공포 장르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을 듯 하다. 음침한 그래픽과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긴장감과 스산한 음향 3박자가 고루 어우러졌다. 특히 수위가 가까이 있을때 화면 상단에 눈동자 모양의 아이콘이 표시되는데 이때의 긴장감은 최고조다.
눈동자 아이콘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 주위를 살피듯 좌우를 갸웃거리다 이용자를 발견했을 때는 맹렬히 떨린다. 손전등의 강렬한 빛이 이용자를 비출 때는 뒤도 안보고 앞으로 도망가는게 상책. '쩔그럭' 거리는 열쇠 소리가 들리지 않을때까지 내빼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화이트데이는 이용자들에게 과도하리만치 친절한 요즘 게임들과 달리 오히려 불친절한 편에 가깝다. 주변 곳곳에 보이는 각종 사물들을 면밀히 뒤져 정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풀어가야 한다.
누군가 흘리고 간 각종 페이퍼들에 퍼즐을 푸는 단서가 숨어있다. 때문에 자동게임을 즐기듯 건성으로 플레이하면 이 게임의 부제처럼 미궁에 갇혀버린 듯 답답함을 느낄수도 있다. PC나 콘솔 게임을 하듯 '각'을 잡고 해야 한다. '세이브(저장)'도 아무데서나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모바일 게임과는 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이리저리 궁리 끝에 막힌 퍼즐을 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때의 성취감이 상당하다. 도저히 풀 수 없는 퍼즐과 맞닥뜨렸을 때 공략집을 살짝 참조하는 90년대식 묘미도 경험할 수 있다.
반면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일부 엄지족들이나 공포 게임은 질색하는 엄지족이라면 이 게임은 정신건강상 '패스'하는게 좋겠다. 이 게임은 무료가 아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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