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2016년 반도체 시장에서는 D램의 경우 하락 사이클 진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낸드 시장은 3차원(3D) 낸드 양산이 본격화되며 시장 확대 기반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글로벌 반도체업계 전반에서는 인수·합병(M&A) 바람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D램 :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악화 전망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D램 시장의 경우, 올해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지난 2015년보다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년 만에 역성장이 나타날 것이란 예상이다.
대우증권의 황준호 애널리스트는 2016년 D램 시장 규모를 전년 대비 3% 감소한 458억달러(52조원)로 추정했다.
황 애널리스트는 "D램 시장이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과거 하락 사이클이 평균 8분기 정도 지속됐다고 보면, 이제 절반 정도 지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하락 사이클은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과점화된 경쟁 구도와 미세공정 전환의 어려움으로 공급 증가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IT 수요 부진으로 상승 동력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제한적인 공급 증가로 과거의 하락 사이클처럼 적자 국면까지 가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한 연착륙의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IBK투자증권의 이승우 애널리스트는 "D램 산업이 2015년 하반기부터 다운턴에 진입했지만, 과거와 같이 가파른 하락세는 아니다"며 연착륙 가능성에 동의했다.
그러나 "톱라인의 매출의 감소로 결국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2016년 반도체 업종의 어닝 모멘텀(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 가능성)은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D램 산업이 올해 새로운 전환기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진투자증권의 이정 애널리스트는 "D램 업계의 생산능력 축소에 따른 제한적 공급증가 등으로 과거와 달리 D램 산업이 안정적인 조정국면에 진입해 있다"는 점과 함께 "IT산업의 탈스마트폰화 가속화로 전기차(자율주행차), 스마트홈, 바이오, 로봇,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하는 선진산업이 더욱 부각되며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장기적으로 새로운 성장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낸드 : 3D 낸드 양산 본격화로 시장 확대 기대 커
낸드 시장의 경우, 3차원(3D) 낸드 양산이 올해부터 본격화되며 시장 확대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어규진 애널리스트는 "2016년에 3D 낸드의 본격적인 양산이 기대된다"며 "이미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3세대(48단) 3D 낸드 양산 체제에 접어든 상황에서 뒤이어 도시바, 마이크론, SK하이닉스도 본격적인 3D 낸드를 양산하며 3D 낸드가 적용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시장 대중화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하이투자증권의 송명섭 애널리스트는 "16나노 2D 낸드보다 원가가 낮은 3D 낸드 양산 성공 여부가 각 업체들의 2016년 낸드 생산 증가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해외 경쟁사들의 3D 낸드 경쟁력이 당초 우려보다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2016년 상반기 중 48단 트리플 레벨 셀(TLC) 3D 낸드 양산에 성공한다면 SK하이닉스의 낸드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란 의견이다.
D램의 경우 가격 하락은 수익성 악화를 뜻한다. 하지만 낸드는 가격 하락이 수요를 이끌어 내고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세는 시장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대우증권의 황준호 애널리스트는 "공정 미세화를 통한 원가절감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향후 낸드의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3D 낸드 기술이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3D 낸드는 32단까지는 제조원가가 2D 낸드에 비해 높아서 3D 낸드가 반도체업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48단부터는 비용과 원가가 같아지는 지점(Cost Parity)에 도달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며 "2016년 낸드 설비투자는 올해 대비 33% 증가한 102억달러를 예상하고 48단 3D 낸드 투자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위협과 M&A 바람도 지속될 전망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위협과 M&A 바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이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공격적 반도체 산업 육성 전략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간의 M&A는 우리 반도체 산업에 버거운 변수"라고 우려했다. 막대한 자금과 대규모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정부 주도하에 반도체 산업 육성전략을 강화해나가고 있는 중국의 공세가 날이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과거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포커스를 뒀던 중국이 최근에는 메모리에 대한 욕심이 구체화되고 있고, 적극적인 M&A를 통해 메모리/비메모리의 경계를 허물어가며 반도체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는 글로벌 IT 업체들의 전략도 그동안 오랜 기간의 D램 치킨게임을 마무리하고 평화 속에 수익 챙기기를 즐기려던 우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반도체업계에 대형 M&A가 줄을 이은 것은 규모의 경제 효과 측면 외에도,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반도체 업체들이 사업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산업간 경계 붕괴로 반도체 M&A는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업체간 M&A뿐만 아니라, 향후 테크놀로지 분야의 경쟁력과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업체들의 행보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강자가 미래의 강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은 생각만큼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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