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험지 출마론'이 계파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김무성 대표가 안대희 전 대법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잇달아 만나 험지 출마를 요청하는 등 원외 유력 인사를 상대로 설득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차출 대상과 공천 방식 등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안대희·김황식·조윤선 험지 차출 안돼"
24일 현재 당내에서는 안 전 대법관과 오 전 시장 외에도 김황식 전 총리, 정몽준 전 대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혜훈 전 최고위원 등이 험지 차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친박계는 이들 가운데 정치 경력이 없는 인사들을 험지에 차출하는 데 부정적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안 전 대법관과 김 전 총리, 조 전 수석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가 친박계 인사로 꼽힌다.
홍문종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안 전 대법관, 김 전 총리는 당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분들인 건 사실이지만 정치판은 생소한 분들"이라며 "그런 분들은 인큐베이터에 넣어 정치적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조 전 수석에 대해서도 "비례대표를 지내고 정치도 알지만 험지에 나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만큼 체력이 단단한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했다.
반면 홍 의원은 오 전 시장에 대해 "그야말로 백전노장 아니겠느냐"라며 "정치 경험이 있는 사람들, 몇 번씩 출마했다든지 출마에 대해 경험이 있다든지 하는 사람들은 험지 출마가 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전략공천이야' 친박 vs 비박 대립
친박계는 유력 인사를 험지에 차출하려면 전략공천이 불가피하다고도 주장한다. 경선 과정에서 상처를 입을 경우 본선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의원은 "험지로 출마하는 분이 경선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출마하는 게 어렵지 않겠느냐"며 "발가벗겨져서 나간다면, 험지인데다가 상처까지 입으면 어떻게 선거를 치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비박계에서는 경선 실시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성태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명망가들을 선택할 것인지 지역을 열심히 누빈 무명을 선택할 것인지를 지역 유권자가 판단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공천을 하려거든 나를 죽이고 가라"고 밝힌 김 대표로서도 험지 차출 인사를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친박계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김 대표는 친박계가 전략공천 근거 규정으로 내세운 단수추천(공천 신청자가 1명이거나 복수라 하더라도 그 중 1명의 경쟁력이 월등할 경우 경선 없이 공천) 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어느 지역에 공천 신청을 한 사람만 했을 경우 공천을 확정하든지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경우를 단수추천이라고 한다"며 "모든 것은 상향식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등록된 후보들끼리 경선 과정을 거쳐 한 후보를 선정해야만 다른 후보들이 불복할 수 없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친박계와 비박계의 대립은 지난 22일 활동을 시작한 공천특별기구에서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기구는 공천 룰을 조속히 확정하기 위해 휴일인 25~27일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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