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일본 롯데가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 속에서 롯데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의 지분을 사들인 배경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4일 롯데제과는 일본 롯데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을 통해 롯데제과의 지분 2.1%(2만9천365주)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제과와의 협력관계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지분인수를 추진했다"며 "일본 제과시장의 성장둔화로 인해 해외 시장 진출 확대를 추진 중인 일본 롯데가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가로의 시장확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일본 롯데가 '원톱' 경영을 내세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같이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일본 롯데가 주식을 취득했지만 오너일가의 주식비중에는 변동없이 순수하게 일본 롯데의 비중만 늘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으로 이어지는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는 기업 중 한 곳으로, 한국 롯데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013년 8월부터 1년여간 롯데제과 지분율을 꾸준히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의 시발점이 됐다.
현재 롯데제과 지분은 롯데알미늄이 15.29%로 가장 많이 갖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신 전 부회장이 '50%+1주'를 가지고 있는 광윤사가 지분 22.84%를 가지고 있지만 신 회장의 우호지분이 더 많다.
오너일가 중에서는 지난 9월까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6.83%)이 신 회장(6.67%) 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지난 10월 블록딜 방식을 통해 690억 원 규모의 롯데제과 주식 3만주를 추가 매입하면서 지분이 기존보다 2.1% 늘어난 8.78%로 확대돼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8월 말에도 순환출자 고리 해소 일환으로 롯데 계열사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롯데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358억 원 규모의 롯데제과 주식 1.3%를 사들인 바 있다.
이로 인해 신 회장은 일본 롯데가 매입한 2.1% 지분과 롯데알미늄 15.29% 등을 포함해 26% 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013년 8월부터 1년여간 추가 매입한 주식(0.5%)을 포함해 현재 주식 5만6천237주(3.96%)를 보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제과는 지배구조상 핵심 회사로 경영 정책상 그룹 내 유리한 입지가 예상된다"며 "8개의 상장 계열 주식 중 유일하게 오너 일가의 지분 매입이 잇따르고 있다는 측면에서 지배구조상 중요한 곳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일은 '원롯데'를 내세운 롯데가 양국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며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사이의 지분 다툼에서 일본 롯데가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