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혁신 전대 공식 거부… 安의 선택은

[채송무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이 요구한 혁신 전당대회에 대해 거부 방침을 공식화해 이후 안 의원의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연대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을 안 의원은 거부하면서 역으로 혁신 전당대회를 제안했다. 문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난 후 당외 인사까지 포함한 지도자들이 당의 혁신과 통합 방안을 내놓고 당원의 선택에 의해 총선 체제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장고 끝에 내놓은 문 대표의 입장은 명확했다. 사퇴는 없고, 현 지도부 체제로 총선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 제안은 협력하자는 것인데, 전대는 대결하자는 것"이라며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총선을 코 앞에 두고 당권 경쟁으로 날을 샐 수는 없다"고 정면돌파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가 안 의원의 혁신 전당대회에 대한 거부 방침을 공식화화면서 안 의원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탈당과 당내 투쟁, 연대 수용이 그것이다.

그동안 안 의원은 혁신 전당대회가 양보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이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병호 의원은 "만약 당내에서 혁신과 통합의 실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흐름을 선택할 수 있다"고 분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비주류와 함께 탈당을 선택할 수 있다. 이미 당외 신당 추진 세력인 천정배 의원 및 박주선 의원 등이 안 의원의 합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주류 전부와 함께 안 의원이 탈당해 비 새정치연합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안 의원과 비주류는 기존 무소속 신당에 합류하지 않아도 교섭단체 이상의 신당을 만들 수 있게 다. 그러나 이 경우 야당의 단합을 요구하는 야권 지지층들의 강한 반발을 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안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강력한 투쟁을 벌일 수도 있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 탄생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안 의원이 쉽게 탈당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계파 투쟁이 격화되면 역시 야권 지지층들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의 선택지는 문 대표가 제안한 '문·안·박 연대'를 수용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그동안 당 안팎에서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시장과 함께 힘을 합쳐서 혁신하고 단합해서 강한 야당을 만들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제 생각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미 안 의원이 공식적으로 문·안·박 연대에 거부 의사를 밝힌 만큼 문·안·박 연대 그대로의 수용은 어렵다.

다만 문 대표와 안 의원의 극한 갈등이 이어지면 공멸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중진 의원들이 이미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을 모두 포함하는 공동 선대위 체제를 내놓은 바 있어 제 3의 안으로의 합의가 가능할 수 있다.

안 의원의 선택에 따라 야권의 구도는 크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분이 재확산될지 혹은 극적 타협의 계기를 맞을지 여의도 정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