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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반도체 직업병 포괄 지원"


인과관계보다 상관관계 따져 보상, 일부라인 개선도

[양태훈기자]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생한 갑상선 암 등의 직업병 보상과 관련해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으나 상관관계 등을 감안 지원대상 범위를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도 이같은 검증위 제안을 수용, 보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5일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원회)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검증결과 발표 및 산업안전보건 개선방안 제안'을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지원보상체계를 발표했다.

◆ 보상지원체계, '인과관계 유보 원칙' 적용해야

인과관계 유보란, 해인자를 밝혀내는 '인과관계'만을 따지기보다 상관관계가 인정되면 보상을 진행하자는 것으로 말그대로 근로자에 대한 지원폭을 최대한 확대하기 위한 원칙이다.

검증과정을 통해서는 발생기전이 복잡한 암이나 발생률이 극히 낮은 희귀질환들은 질환의 특성상 인과관계 평가 자체가 근본적으로 어렵다는 게 이번 검증위의 판단이다.

실제로 검증위는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암으로 병가를 신청한 108명을 분석한 결과, SK하이닉스 생산직 중 갑상선 암 발병률(56.6%, 61명)이 특히 높은 것으로 확인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난 2003년부터 2014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SK하이닉스 근로자들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에 비해 갑상선 암 발생확률이 남성이 2.6배, 여성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에 대한 상당한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유해인자(유해물질)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장재연 검증위원회 워원장은 "갑상선 암과 관련해 원인물질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통계적으로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산재보험은 (직업병) 유해인자의 상당한 노출이 있어야한다는 원칙을 내놓고 있지만, 질병 특성상 인과관계 평가 자체가 힘든 질병은 직업병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번 사고가 발생한 이후, 사안에 따라 지원책을 마련하는데 그보다는 회사가 직무노출매트릭스, 코호트 등을 통해 근로자 개개인의 건강관리 체계를 만들어 관리하고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지원 방안을 정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검증위는 재직자 외에도 질병에 따라 협력업체 재직자와 퇴직자, 자녀도 포함, 반도체 산업과 상관성이 예상되는 모든 암을 지원대상으로 하는 '포괄적 지원보상체계'를 제시했다.

갑상선 암, 뇌종양, 위암, 전립선암, 직장암, 악성흑색종, 유방암, 췌장암, 난소암, 백혈병, 다발성골수종, 폐암 및 호흡기계 암, 비호지킨 림프종, 기타 조혈기계 암 등은 보상지원군으로 지정했다.

아울러 자연유산 및 희귀난치성질환(다발혈관염육아종증, 전신성 홍반루푸스, 특발성 폐섬유증), 불임, 자녀의 소아암과 선천성 심장기형 및 희귀난치성질환 등은 복지지원군으로 정해 근로자에 대한 지원폭도 최대한 넓힐 것을 권고했다.

◆ 청주·이천 공장 실태조사 결과, 일부 개선 필요 "

검증위는 올 한해 동안 SK하이닉스 작업장의 산업보건 실태검증 결과를 통해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 제품 860종(성분 총 2천296물질)에서 아르신, 황산, 석유계 가스, 나프타, 정제유 등 발암성· 돌연변이원성·생식독성이 있는 물질 18종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화학물질 성분이나 독성을 알기 어려웠던 영업비밀물질 중 작업자들에게 노출가능성이 높은 에틸벤젠(함량 3%), 크레졸(4.2%) 등 151개의 화학물질도 새롭게 확인됐다.

또 직업병을 일으키는 유해인자를 밝혀내기 위해 정비작업과 같은 비정형적인 작업현장 등을 집중 조사한 결과, 일부 공정에서 포름알데하이드 등의 유기 화합물과 비소 등의 중금속, x-ray 등의 유해물질이 노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장 위원장은 "정비 작업 중 주로 사용되는 세척액은 IPA, 아세톤으로, 식각·포토·이온주입·박막·확산 등의 공정 정비 작업 중 유기용제 노출을 평가한 결과, 아세톤은 5.15ppm, IPA는 최대 0.81ppm으로 노출기준 대비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전자파는 백혈병의 발현이나 다른 발암인자의 작용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위험인자인 만큼 전자파 노출을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전자파의 경우, 그 동안 법적 작업환경측정 항목이 아니었던 만큼 정기적인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실제 검증위 노출평가 결과, M8 웨이퍼가공 공정별 개인 평균 노출 수준(TWA)은 운전자의 경우, 이온주입·확산·박막 순으로 높았고, 정비작업자는 확산·전기설비정비가 다른 공정 대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천 패키지 공장은 테스트와 모듈 공정에서 전자파 노출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 위원장은 "이는 국외에서 보고된 전기 취급 직무자의 전반적인 노출수준보다 높은 것"이라며, "전자파 발생원은 높은 전류 에너지가 사용되는 히터장비, 고전류 임플란타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위험가스를 인지하는 위험가스 검지기에 대한 관리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천 및 청주 공장의 웨이퍼 가공라인에는 총 1만8천개의 위험가스 감지기가 설치돼 있는데, 이중 약 94%에 이르는 감지기가 정비작업 중 간섭 등으로 인한 오동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위원장은 "유효성 없는 신호는 사고 발생 시의 대피, 사고 방지, 노출 억제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설치 장소, 설치 대수, 설정 농도, 대피 방법 등 투자대비 성과 등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검증위는 화학물질 및 작업환경, 건강영향관리, 산업안전보건 및 복지제도 분야에서 총 127개의 개선과제를 제안, SK하이닉스가 검증위 제안을 통해 근로자 질병에 대한 사회적 보장 확대 및 산재보험 개혁의 계기를 만들 것을 기대했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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