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문으로 잦아들었던 새누리당 내 공천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을 다시 거론하기 시작한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참모들이 TK 출마 의사를 잇달아 피력하면서 20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TK 물갈이론'의 시발점은 국회법 개정 파동이 불거진 지난 6월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었고, 9월 대구 방문 때는 유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지역구 국회의원을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은 대구 출신인 신동철 청와대 정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전광삼 전 춘추관장 등을 대동했다.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 등을 표적으로 한 'TK 물갈이론'과 청와대 참모들의 출마설이 급부상했다.
이후 교과서 정국을 거치며 한때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TK 물갈이론'은 지난 8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퇴를 계기로 다시 불거졌다. 정 장관의 대구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면서 현역 의원 물갈이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대구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데다 선거 주무 장관이 비판 여론을 무릅쓰고 총선 출마용 사퇴를 택한 만큼, 정 장관의 행보는 박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지난 총선 때 (대구에서) 60% 물갈이를 해서 과반을 넘었다"며 이번에도 전략공천을 통해 필승 공천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친박계인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대구 지역 시민들이 똑똑하다. 내가 초선일 때 (2008년 총선) 대구 의원들이 7명 물갈이됐다", "대구에서 택시 서너 번만 타보면 어떤 분위기인지 다 알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과 조 수석부대표의 발언은 유 전 원내대표의 부친 유수호 전 의원의 빈소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인 유 전 원내대표의 상가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TK 물갈이론'을 입에 올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유 전 원내대표 상가에 조화 조차 보내지 않았다.
◆TK 공천, '박근혜 대 유승민' 구도 형성되나
이런 까닭에 당 안팎에서는 본격적인 공천 국면이 되면 TK에서 '박근혜 사람들'과 '유승민 사람들'의 맞대결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TK 지역에서는 정 장관 뿐 아니라 윤두현 전 홍보수석비서관,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 전광삼 전 춘추관장 등 박 대통령 참모들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 등 추가 차출이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비박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4선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도대체 (TK 물갈이론의) 기준이 뭔지를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매번 선거 때마다 60~70%의 물갈이를 했지만 국회가 성공했느냐. 그렇지 않다"면서 "인위적 물갈이는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박계인 박민식 의원은 10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TK 물갈이의 기준이 뭔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며 "특정 지역에 대한 솎아내기는 과거 전략공천이라는 미명 하에 공천 물갈이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상당히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특히 박 의원은 TK 출마를 준비 중인 박 대통령 참모들에 대해 "굳이 정치를 하려고 하면 좀 더 어렵고 희생이 요구되는 곳에 나가야 국민들이 수긍하고 박수를 치지, 제일 쉽고 편하고 장미꽃길 같은 데 간다고 하니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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