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여야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18대 대통령 선거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며 발빠르게 진화에 나섰지만, 새누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사과를 요구하는 등 여야 대치가 더욱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개표 조작" 돌발 발언에 선관위 "재검표 안 피해" 반발
강 의원은 지난 13일 오후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18대 대선에서는 가장 악질적인 관권 선거 개입이 있었다"며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정통성이 없다. 개표 부정을 저질렀다"면서 "대선 당일 대구시 북구 침산동의 경우 개표 시간은 오후 4시, 개표 종료는 4시 50분으로 적혀 있다. 투표가 오후 6시까지인데 어떻게 투표 중 개표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황 총리는 "아무리 국회라도 사실에 근거해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며 "사실과 다른 말씀을 하시는 부분은 자중해주면 좋겠다. (개표 조작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선거 관리 주무 부처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표를 관리해 어떠한 선거 부정도 있을 수 없다. 사실과 다르게 개표 부정을 주장하며 국민적 불신을 부추기는 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與 '총공세'…방미 수행 홍보수석이 직접 비판
새누리당은 총공세에 나섰다. 당 차원에서 강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한편,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 및 강 의원 출당 조치 등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강 의원이 대선 불복 망언을 늘어놓은 것에 대해 비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강 의원은 공식 사과해야 한다. 문 대표도 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말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강 의원의 국회 운영위원직 사임 및 자진 사퇴 ▲새정치민주연합의 입장 표명 및 강 의원 출당 조치 등을 공식 요구했다.
당 대변인, 원내대변인 모두 강 의원을 비난하는 내용의 논평을 쏟아냈고,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별도 성명을 내고 "문 대표는 즉각 대국민 사과하고 강 의원을 제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도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을 수행 중인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강 의원의 주장은 박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을 모독하는 일이고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野 "개인적 의견" 선 그었지만 '당혹감' 역력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대정부질문 발언은 철저하게 개인 의견이며 당의 의견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김성수 대변인)고 선을 그었지만 내부적으로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논란이 확산되자 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논의했으나 개인 의견으로 당과는 관계 없다는 방침만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대변인실이 '당 입장이 아니라 개인의견'이라고 논평을 냈다. 그것으로 답이 된 것"이라고만 했다.
강 의원 발언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촉발된 여야 이념 대결을 부추기면서 다음주부터 본격화할 정기국회 예산안·법안 심의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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