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경기 불안,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식시장은 변동폭이 크다. 투자자들은 고민이 많다. 이런 시기에는 투자 대가들이라면 과연 어떻게 투자했을지에 대해 힌트를 얻어보는 것도 좋겠다.
케빈 오보일, 로버트 올스타인, 로버트 뮬렌캠프, 브렛 스탠리 등 4명의 투자대가 기준으로 투자할 만한 국내 종목을 선별해봤다. 이들은 미국의 주요 가치투자펀드를 운용해 상당한 성과를 냈던 투자자들이다.[편집자주]
[김다운 기자] 한국투자교육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대가들이 선호하는 기준을 국내 상장종목들에 적용해 그에 부합하는 종목들을 골라냈다. 주가와 투자지표는 모두 지난18일 종가를 기준으로 삼았으며, 실적과 재무성적의 기준시점은 2015년 6월말(2분기)이다.
대가들의 기준에 따라 1차적으로 종목을 고른 후 그중에서도 저평가 상태이면서도 사업상 경쟁력이 있는 기업들을 다시 추렸다. 추가 선별한 기준은 한국투자교육연구소가 자체 개발한 기업분석 툴 '주식 MRI'를 활용했다.
주식 MRI는 사업 독점력, 재무 안전성, 현금 창출력, 수익 성장성,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등 5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각 항목의 점수가 높고, 종합 투자 매력도 점수가 높을 수록 우량 기업이다. 25점 만점으로 집계되며, 주식MRI 점수에서 25점에 가까울수록 투자매력이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번째 투자 대가는 케빈 오보일이다. 그가 세운 기준에 따라 종목을 선정했다.
오보일은 대형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던 전직 회계사로서, 펀드매니저로 전직한 뒤 애스터 투자운용에서 메리디언밸류 펀드를 맡아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렸다.
그가 선호하는 기업은 최근 수익이 감소해 주가가 크게 떨어진 기업이다. 최근 실적이 감소한 기업이라도 사업의 내재가치는 주가나 특정 사업의 수익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아 투자기회가 있다는 게 그의 투자철학이다.
오보일의 투자기준은 최근 주당순이익(EPS)이 과거 3년 평균보다 적고, 현재 주가가 52주 고가 대비 40% 이상 하락한 기업이다. 단, 부채비율 100% 미만을 조건으로 둬 재무 안정성 지닌 기업을 선택했고, 동시에 영업이익률은 업종 평균보다 높은 기업으로 골랐다.
◆포스코, 1년새 주가 반토막…경쟁력은 유지
포스코는 초대형주로서는 이례적으로 이번 가치투자 대가들의 종목 선정에 포함됐다.
포스코 주가는 최근 국내 철강산업 불황, 중국 경기 불안 등으로 인해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1년 전 35만원대이던 주가는 현재 17만원대까지 급락해 반토막이 난 상태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도 상위 10위권 내에서 현재는 17위까지 떨어지며 다른 대형주에 비해서도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의 연결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8천700억원, 4분기 7천600억원, 올해 1분기7천300억원, 2분기 6천8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3분기에는 외화환산 손실, 소송 합의금 등으로 적자전환을 예상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내년 실적 전망치도 계속해서 하향조정되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탄탄한 경쟁력을 감안하면 향후 기초체력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방민진 애널리스트는 "차강판, 고탄소열연, 선재 등 동사의 고부가 가치재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어 업황 부진에도 경쟁사 대비 견조한 마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부동산 개발 재개와 실크로드 프로젝트 관련 인프라투자로 내년 철강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다.
높은 배당 수익률도 매력으로 꼽힌다.
대신증권 이종형 애널리스트는 "철강업황 부진으로 단기적인 주가상승 동력은 부진하나 현 주가기준 배당수익률은 4.4%에 이르고, 순자산 대비 크게 떨어진 주가에 대한 매력으로 추가 하락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컴투스, 4분기 신작 '원더택틱스' 기대감
모바일 게임 대표주 중 하나인 컴투스도 오보일의 리스트에 포함됐다.
컴투스는 '서머너즈워' 흥행 성공으로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후 히트 신작이 나오지 않으면서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서머너즈워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서머너즈워 매출이 고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주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신한금융투자 공영규 애널리스트는 "서머너즈워는 출시한지 1년 반이 지났는데, 서머너즈워 이후 신작 흥행 부재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컴투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459억원에서 3분기 연속으로 하락했으며, 올 2분기에는 소폭 반등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400억원 수준으로 2분기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서머너즈워로 실적 안전성이 확보돼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자체 개발 기대 신작게임인 '원더택틱스'가 연내 출시될 전망이어서 올 4분기부터는 목마른 신작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 정용제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출시됐던 '이스트레전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원더택틱스는 서머너즈워의 성공 경험, 자체 플랫폼인 하이브 기반 크로스마케팅을 통해 추가적인 매출 상승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된 자금 중 1천200억원을 국내외 게임사 인수에 사용할 예정인 것도 향후 게인 라인업 확보 차원에서 회사 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했다.
◆유아이엘, 삼성·LG 스마트폰 부품 납품업체
유아이엘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부품사로 키패드, 금속부품, 내장부자재·악세서리 등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75억원에서 올해 1분기 65억원, 2분기에는 40억원으로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하지만 3분기부터는 하반기 신규 스마트폰 모델 출시에 따른 물량 확대 효과 등으로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유안타증권 최현재 애널리스트는 "고객사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2016년에는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재차 성장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메탈 케이스가 적용된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유아이엘의 금속부품(SIM-tray) 매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무선충전 적용 확대에 따라 무선충전패드 등 액세서리류도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객사 내의 위치도 확고하다.
삼성증권 이종욱 애널리스트는 "유아이엘의 생산 부품은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관련된 기구물과 관련되어 있고, 스마트폰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는 트렌드"라며 "유아이엘 사업 영역도 공동 개발과 생산규모 측면에서 진입 장벽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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