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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부실 예고된 대우조선 리스크…여파는?


산은 "워크아웃 고려 안해"…금융권 전체 익스포저 21.6조 달해

[이혜경기자]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부실로 인한 워크아웃 또는 자율협약에 들어갈 가능성이 제기돼 관련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적자가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 15일 하한가까지 추락했던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16일 오전 10시 44분 현재 6%대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수천억원을 빌려준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전날 동반 하락세를 보인 후 이 시각 현재 1~2%대 전후로 반등하고 있다.

금융권과 자본시장은 이번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이 같은 악재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여러 금융회사들과 이들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규모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실적에 부정적이고, 투자자들은 대우조선해양과 은행주 주가에 부정적인 이슈인 만큼 주가 급락을 우려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 어디로?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올 상반기 결산에서 상당한 규모의 적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은 불가피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반영되지 않았던 해양사업부문의 누적손실이 2조원대이고, 대우망갈리아중공업 등 자회사 부실까지 포함하면 손실규모가 최대 3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 반기 결산을 진행중이기 때문에 적자 규모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은 "현 시점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 추진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의 이 같은 방침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적인 영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이 선수금 지급보증을 할 수 없어서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활동이 막히게 된다. 따라서 워크아웃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은 돈을 벌어 정상적으로 빚을 갚는 상황을 바란다는 얘기다.

산업은행은 "정상화방안 수립을 위해 즉시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채권단과 협의 하에 추후 야기될 수 있는 경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피해, 얼마나 되나?

전체 금융권의 대우조선해양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도. 보유중인 대출채권, 유가증권 등의 합계)는 약 21조6천35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장 피해가 큰 곳은 수출입은행이다. 익스포저 규모가 12조4천700억원이나 된다. 이어 산업은행이 4조1천330억원, 농협이 1조6천340억원에 달한다. 특히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 이로 인한 부실이 옮겨 붙게 되면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주목할 부분이다.

이어 국민은행 9천570억원, 하나은행 8천580억원, 우리은행 6천600억원, 신한은행 4천270억원, 외환은행 3천180억원 등으로 파악됐다.

증권가에서는 상장된 금융사들의 경우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할 가능성이 높지만 영향력은 제한적인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금융기관 주도로 부실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수단으로는 워크아웃, 자율협약 등이 있는데, 채권금융기관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는 워크아웃으로 가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이철호 애널리스트는 "자율협약에 돌입하게 될 경우 여신 수준이 '요주의'로 한 단계 낮아져 최소 충당금 적립률은 7%가 되지만, 워크아웃일 경우 가장 낮은 경우라 하더라도 두 단계 낮은 ‘고정 이하’로 떨어져 부담률은 20%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워크아웃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데다, 앞서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간 성동조선, STX조선해양 등 다른 조선업체도 모두 자율협약 수준으로 처리됐다는 점도 거론됐다.

교보증권의 황석규 애널리스트는 "산업은행이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보수적으로 볼 때 채권 은행들이 2분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처리를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협약을 맺을 가능성은 감안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자율협약이 이뤄질 경우 상장된 은행과 금융지주들이 대우조선해양으로 인해 적립할 충당금 규모를 약 3천4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평균 충당금 10%로 가정). 이는 올해 이들의 예상순이익이 2.9% 줄어들 수 있는 규모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그나마 상장된 은행 및 금융지주사 투자자들은 한숨 돌릴 수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투자자들은 당분간 대응에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KTB투자증권의 김선미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발표와 채권단의 의사결정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급락이 우려되고, 또 어떻게 보면 '예고된 빅 배스(Big Bath: 목욕을 해서 때를 씻어낸다는 뜻으로, 누적된 부실을 한 회계년도에 모두 반영해 한번에 처리하는 것)'라는 점에서 기존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할 수 없다"며 투자의견 제시를 보류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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