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프로그램은 스마트폰과 '카카오톡' 등 SNS도 해킹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13일 <한겨레>는 최근 해킹 공격을 당한 뒤 자료가 유출된 이탈리아 해킹업체 해킹팀 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육군 5163 부대'가 '나나테크'라는 구매 대행사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나나테크는 '고객'을 대신해 2010년 12월 해킹팀에 해킹 프로그램의 기능과 가격에 대해 물었고 2011년 10월 26일에는 "고객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블랙베리, 심비안, 윈도 모바일, 안드로이드, 아이폰"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달했다.
이어 나나테크는 2011년 12월 5일 해킹팀이 실제 구매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사용자 정보를 요청하자 '5163 부대(5163 army division)'라는 이름과 함께 '대한민국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서함 200'이라는 주소를 알려줬다.
이 주소는 국정원 민원실 주소와 같다. 국정원 홈페이지 정보공개안내 메뉴에서도 이 주소를 정보공개청구 접수처로 기재하고 있다.
이 신문은 또 2014년 3월 27일 해킹팀 직원들 사이에 오간 '출장 보고서(Trip Report)'라는 제목의 이메일에 "(5163 부대 측으로부터) 6월 안드로이드 공격에 대한 요청을 받고 한국인들이 많이 쓰는 카카오톡에 대한 공격 문의도 받았다", "이러한 내용을 직원들과 공유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해킹 프로그램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채 컴퓨터, 스마트폰을 감시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인 것으로 알려진데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 개입 논란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터라 의혹이 쉽사리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국정원 불법 카톡 사찰 의혹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대국민 사이버 사찰을 해왔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실로 충격적이고 경악스럽기까지 하다"면서 "만약 사실이라면 한국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뿌리째 흔드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사실상 국정원의 '불법 사찰 시즌2'가 폭로된 것"이라며 "국정원은 당장 이 프로그램 구입 여부를 확실히 밝히고 사용처도 자세하게 밝혀야 한다. 절대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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