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놓고 최고위원·중진의원들 간 격론이 벌어졌다.
김무성 대표는 당내 갈등이 표면화할 것을 우려해 통상 언론에 공개하는 모두발언 없이 시작부터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지만, 회의 직후 공개된 발언록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회의장을 빠져나오며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사퇴는 불가하다"면서 "지금은 여당발(發) 정쟁을 중단하고 국정 현안에 몰두할 때지, 청와대와 여당이' 니가 나가, 내가 나가'로 싸울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은 "서로 다른 견해가 모여 하나의 최선의 견해를 만들어내는 게 정치고 정당이지, 자기와 같은 생각만 존재하고 자기와 다른 생각은 나가라고 하면 사당이 되는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친박계를 정면 비판했다.
비박계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병석 의원도 "(국회법 개정안) 협상권을 (유 원내대표에) 전적으로 위임했고,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 재신임 결과를) 도출한 것 아니냐"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을 존중하지만 (유 원내대표) 사퇴는 의원들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오·이병석 의원은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유 원내대표 재신임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거취 문제를 재논의한 당 지도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재오 의원은 "(당 지도부는) 의원총회 결과를 대통령에 전달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 거꾸로 청와대의 의견을 (당에) 전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전당대회 때 수평적 당청관계를 이끌어가겠다고 다짐했는데 역할을 제대로 해 달라"고 비판했다고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병석 의원은 "의원총회 끝나고 따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 원내대표 사퇴를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고, 역시 비박계인 정병국 의원도 "모두의 책임인데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면 안 된다. 원칙도 의견도 묻지 않고 최고위원들이 그러면 되느냐"고 했다.
반면 유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해 온 이인제 최고위원은 "원내대표는 야전사령관이고 대통령은 총사령관인데 조율에 실패했다"며 "파열음을 두 차례나 냈는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 파국에 책임을 지고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안 통과 당시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의중을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다"며 "과거 홍준표 전 대표가 사퇴할 때 유승민 당시 최고위원 등이 사퇴한 일이 있다. 빨리 결론을 내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다 옳은 말씀"이라며 "잘 반영하겠다"고만 했다.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인 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전례 없는 '비공개' 방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고, 김 대표는 "자중자애할 때이니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과 행동을 지양하자고 갈등을 빨리 수습할 수 있도록 인터뷰를 자제해 달라고 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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