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을 자동폐기키로 하면서 당청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둘러싼 당내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원총회에서는 재신임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 사퇴 요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개 숙인 유승민 "朴대통령, 마음 풀어 주시길"
유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강경파 의원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지만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며 "당청 관계를 복원시킬 수 있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여야의 국회법 개정안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와 소통이 부족했다는 일부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 "그 점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6일에는 박 대통령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박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통령이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나가려 노력하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점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이는 전날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중점 추진 중인 경제활성화법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여당 원내사령탑이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라며 자신을 향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데 따른 발언으로 해석된다.
유 원내대표는 "우리 국회 사정 상 야당이 반대하면 꼼짝할 수 없는 상황,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면서 "박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대통령도 마음을 푸시고 마음을 열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싸늘한 친박…29일 최고위 '분수령' 전망
이처럼 유 원내대표가 자세를 바짝 낮추는 모습이지만 친박계의 시선은 냉랭하다. 이들은 의원총회 결과를 '재신임'으로 판단하지 않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친박계 핵심으로 대통령 정무특보를 맡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책임론이) 일단락된 것 같다고 하는데 일단락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윤 의원은 "진정한 리더는 거취를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역시 친박계인 이장우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지금이라도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파동과 그동안 미숙한 협상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고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논란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의원총회 결과를 논의하며 자연스레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최고위원들과 잘 상의해 보겠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뜻을 존중해 당에서 잘 수용했고 그 다음으로 의원들의 생각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 거취 논란을 둘러싼 당내 갈등 우려에 대해선 "잘 수습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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