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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면세점 입찰전, 성패 가를 '경우의 수'(중)


[유통가 황금알 면세점을 잡아라] 입지·사회공헌 등도 변수

[장유미기자] 7월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결과를 앞두고 이번 입찰에 출사표를 던진 업체들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이미 입찰 마감일인 6월 1일 전부터 '면세점 후보지'를 잇따라 발표하며 경쟁사를 기선제압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2장의 티켓만 주어진 대기업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유통 재벌들은 이번 사업자 선정 결과에 따라 신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그룹 경영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잣대로 평가될 수 있는 만큼 나날이 뜨거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신청 마감일인 지난 1일 관세청에 입찰 제안 서류를 접수한 곳은 대기업 7곳과 중소·중견기업 14곳 등 총 21곳이다. 경쟁률은 2장의 티켓이 걸린 대기업이 3.5대 1, 1곳만 선택되는 중소·중견기업이 14대 1로, 각 기업들은 이번 입찰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면세점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고 별도법인을 세우는 등 이번 면세점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국내 면세 시장의 성장성이 높아져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8조3천억 원으로, 이 중 2조6천억 원은 내국인이, 5조7천억 원은 외국인이 구매했다. 또 외국인 구매의 대부분은 중국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11개 층의 매출은 1조7천800억 원을 기록했던 반면, 같은 건물의 3개 층을 쓰는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 영향으로 1조9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로 인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대한 업체들의 기대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5년 사이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면세점이 부족해져 이번에 신규 특허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며 "현재 일부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지만 신규 면세점이 진입하면 서울 면세점 시장이 새롭게 재편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면세점 입지, 변수 많아 예측 힘들어

각 업체들이 입찰 마감 전까지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것은 바로 '입지'다. 관세청이 시내 면세점 3곳을 추가 허용한 이유가 '관광객 유치'인 만큼 관광 인프라·주변 상권 활성화·교통 등을 고려해 평가하는 '주변 환경요소(150점)'가 이번 입찰전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먼저 '입지 경쟁'에 불을 지핀 곳은 HDC신라면세점으로, 부지를 찾지 못하던 호텔신라와 올 초 면세점 사업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던 현대산업개발이 손을 잡고 용산 아이파크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시내 면세점을 짓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현대DF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을,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를 각각 시내 면세점 입지로 정했다.

이 외에도 신세계DF는 신세계 본점 본관을, 롯데면세점은 동대문 피트인을, 이랜드는 홍대 서교 자이 갤러리를 시내 면세점 후보로 결정했다.

각 사별 입지 면적에서도 HDC신라면세점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HDC신라면세점의 시내 면세점 후보지 면적은 2만7천400㎡ 규모로, 현재 시내 면세점 사업장 중 가장 큰 롯데면세점 소공점(1만3천236㎡)을 뛰어 넘는다.

이번 시내 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신세계DF는 본관 모두를 면세점으로 활용하는 만큼 두 번째로 큰 면적(1만8천180㎡)을 확보하고 있다. 이어 SK네트웍스(1만5천180㎡), 이랜드면세점(1만4천743㎡), 롯데면세점(1만2천149㎡), 현대DF(1만348㎡), 한화갤러리아(9천900㎡) 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면세점과의 거리, 교통, 중견·중소기업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따라 대기업군 사업자의 승패가 좌우될 것"이라며 "지역 균형 발전 기준으로 보면 용산과 여의도가 유력하게 보이지만 지역 안배나 주변상권 활성화 측면을 고려한다면 남대문과 동대문, 홍대도 만만치 않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의도나 동대문을 후보지로 내세운 곳들은 중견·중소기업과 겹쳐 여러 가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른 경쟁사들보다 높다"며 "기존 면세점 입지와 겹치는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뿐 아니라 주차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남대문, 동대문 일대 후보지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회 공헌' 항목, 결격사유 기준 될 듯

업체들이 '입지'만큼 앞세우고 있는 선정 기준으로는 '사회 공헌'이다. 관세청이 밝힌 33개 세부 평가항목 가운데 이와 관련된 항목은 13개로, 1천점 만점의 배점에서 300점을 차지하고 있다.

이 부문에서 가장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으로, 면세점 사업권 확보 시 면세점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매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랜드 역시 면세점 순이익의 10%를 기부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를 두고 확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 사업을 시작하면서 당장 이익을 낼지 적자를 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며 "이 같은 결정은 사업권 획득 후에 해도 됐을 일"이라고 밝혔다.

두 곳 외에 나머지 기업들은 기부금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입찰 참여 의향을 밝힌 기업들의 대부분은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1% 이상으로, 한화갤러리아가 5.54%로 가장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사회 공헌 관련 항목의 배점을 높이기 위해 나서고 있지만 이는 선정당락을 결정하는 최종 선정 기준이 되기 보다 결격사유를 갖는 기업을 걸러내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이와 관련된 항목의 배점이 크지만 변별력은 낮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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