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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스며드는 금융서비스, 지각변동 시작


[특별기획- 핀테크한류]2-4 더 쉽고 편하게…진화하는 금융권

[이혜경·김국배기자] 핀테크 바람이 몰아치면서 금융권은 핀테크 개념을 담은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핀테크 콘셉트를 가미한 온라인 전용 대출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주말에도 가입할 수 있고, 은행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만 대출 가능한 상품 등 기존 은행 시스템에서는 없었던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공휴일에도 신청할 수 있고, 평일이라면 오후 4시 이전에 신청시 당일에 바로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온라인 전용인 '원클릭 교직원우대대출'이 그것으로, 소득 증빙 등도 필요 없이 무서류, 무방문이 기본 방침이다. 3개월 이상 재직중인 병설유치원·초·중·고 또는 교육청소속 교사 및 직원에게 최고 2천만원까지 대출하는 상품이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위주였던 온라인 대출에 우리사주 대출을 출시했다. 상장법인이 우리은행과 우리사주대출 이용 약정을 맺으면 그 회사의 임직원은 별도 서류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도 최저 연 2.58%에 불과해 영업점을 통한 일반 신용대출과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이 같은 대출상품들은 우량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은행권과 고금리 대부업 사이에서 방황하는 중간급 고객군들에게는 아직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대출 한 번 받기 위해 다수의 관련서류를 준비하고 여러 번 은행을 찾아가야 했던 과거와 비교하면 은행이 고객의 편리한 대출을 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금융플랫폼 구축에 나선 은행도 적지 않다. 기업은행의 경우, 계좌조회, 자금이체, 간편결제 같은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금융플랫폼을 만들어 핀테크 기업들이 개발한 서비스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오는 6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독자적인 금융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다수의 핀테크 관련 기업들과 제휴해 기술 개발에 나서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SK플래닛, LG유플러스와 손잡았고, 우리은행은 KT와 사물인터넷 및 핀테크 공동사업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증권업계, 빅데이터 등 핀테크 기술 적극 활용

증권업계에서도 빅데이터 등 IT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속속 공개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고객용 주식거래프로그램(HTS)에 빅데이터를 이용한 지능형 화면검색 서비스를 도입했다. 대신증권의 HTS인 '사이보스(CYBOS) 5'에 다수의 사용자들이 입력하는 검색어와 실행 화면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추천화면을 제공하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투자자의 관심정보만 골라 스마트폰 메시지로 알려주는 증권투자정보 서비스 'S큐레이터'를 시작했다. 투자자가 미리 설정해둔 종목의 투자정보를 스마트폰 '푸시알람'으로 알려준다. 또 보유중인 주식이나 펀드의 수익률 범위를 정해놓으면 수익률 도달 여부 등도 전달해준다.

삼성증권은 IT기반 자산관리컨설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키움증권은 자동투자일지 제공 등을 모색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자체적인 핀테크 서비스 개발과 함께 핀테크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영상대면을 통한 실명확인 기술을 개발한 핀테크업체 토마토파트너와 MOU를 체결했으며, KDB대우증권은 한국핀테크포럼과 기술과 금융의 다각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MOU를 맺었다.

대신증권은 빅데이터 자산관리 업체인 위버플과 제휴했다. 개인 매매성향 패턴 분석에 따른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 안에 그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준비중이다.

아직 국내 핀테크 발전 초창기여서 걸음마 수준이긴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핀테크 벤처 육성 프로그램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KB핀테크허브센터), NH농협은행(NH핀테크협력센터) 등 주요 은행들은 물론, 증권IT기업 코스콤 등 금융권 유관기업들이 줄지어 발표하고 있다.

제휴를 원하는 핀테크 기업을 계열 금융사의 관련 부서와 연결해주거나, 금융회사가 운영하는 인큐베이팅 센터 입주 지원, 사업화 지원, 자금(대출 등)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곳이 많다.

◆법적 걸림돌, 꾸준히 완화중

금융산업이 규제산업이라는 틀을 벗고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시키려면 법적 걸림돌을 치우는 작업이 급선무다. 다행히 최근 몇 달 사이에 걸림돌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투자를 가로막았던 '은행의 비은행권 회사 지분소유 제한(15%) 규제'는 금융위원회가 유권해석으로 지원하겠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금융회사가 투자하려는 기업의 업무범위가 핀테크에 속하는지, 주된 업종이 핀테크 분야인지 등을 살펴보고 가급적 출자가 가능하도록 유권해석을 해주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3월에는 창업투자회사의 핀테크 기업 투자가 허용돼 핀테크기업들의 자금유치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창업지원법에서는 창투사가 금융 및 보험업, 부동산업 등에는 투자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핀테크는 투자금지 예외업종으로 지정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그 외 기타금융지원 서비스업(기업의 IT 관련 업무 수행으로 인한 매출액이 해당 기업 총매출액의 절반 이상인 경우)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이 개선됐다.

신용카드사들의 숨통도 트였다. 지금까지 여신전문금융법은 허용한 것 외에는 카드사들이 아무것도 못하게 막았었지만, 이제는 '하지 말라는 것 빼고는 다 해도 된다'는 기조로 바꾼다고 금융위가 7일 발표한 것이다. 카드사들의 핀테크 사업 진출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다수에게 소액을 모아 돈을 빌려주는 크라우드펀딩도 관련법의 국회 통과가 임박해 업계 활력에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국회 본회의 의결이 예상됐다가 당시 공무원연금 관련해 여야 의견이 충돌하며 다른 법안들과 함께 통과가 지연된 상태다. 크라우드펀딩 관련법 자체는 여야간 의견 조율이 끝나 무난한 통과가 기대되고 있다.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 핀테크 및 생체인증업계 '반색'

핀테크 서비스 확대를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는 비대면 실명확인도 금융위원회가 지난 6일 '곧 허용' 방침을 밝힌 터라 업계의 기대는 크다.

'대면 실명확인'은 고객이 금융서비스를 받고자 계좌를 개설할 때 반드시 오프라인상에서 금융사 직원이 고객의 얼굴과 신분을 확인시키는 조항으로 핀테크 시장 확대의 대표적인 장애물 중 하나였다. 고객들이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핀테크기업의 홈페이지나 스마트기기용 앱을 찾아와도 막상 서비스를 받으려면 먼저 핀테크기업이 제휴한 오프라인 영업점을 찾아가 계좌 개설을 하고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번거로움 때문에 고객 유치가 쉬울 리 없었다.

그러나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이 정부 방침으로 나오면서 핀테크 기업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고객 잡기가 수월해졌을 뿐 아니라 계좌 위탁개설 수수료 등을 크게 아낄 수 있게 되어서다.

다양한 운용사 펀드를 온라인에서 가입할 수 있는 '펀드 슈퍼마켓' 운영사 펀드온라인코리아의 민주영 팀장은 "은행에 위탁해 운영하는 계좌 개설은 개설하는 데만 건당 수수료가 1만원쯤 들고, 개설한 후에는 이 계좌를 유지하는 비용도 꾸준히 들어가 비용 부담이 상당했다"며 "이번 비대면 실명 확인 허용으로 초기에는 관련 시스템 구축 비용이 좀 들긴 하겠지만, 기존의 고비용 구조가 해소되는 효과가 훨씬 커 매우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은 지문, 얼굴, 홍채 등을 활용하는 생체인증 시장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이슈여서 더욱 주목된다.

이미 생체인증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와 맞물려 잇따라 본인인증 서비스로 채택되는 등 '편리성'과 '보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으로 벌써부터 각광받고 있다. 원래 생체인증은 출입통제, 근태관리 등 일부 특수 보안 용도에 머물렀지만 최근엔 핀테크 시대를 맞아 활용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비밀번호나 인증서와 같이 도용될 가능성이 없는 데다 손가락만 갖다 대면 자동으로 인증이 이뤄지는 등 사용하기 편리해 보편적인 핀테크 인증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IT 서비스 업체인 삼성SDS의 경우, 최근 '생체인증 솔루션(FIDO)'을 내놓으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미 간편결제 서비스인 KG이니시스의 '케이페이(Kpay)'에 '파이도' 솔루션을 도입해 갤럭시S6와 엣지에서 앱 로그인, 결제 인증을 할 수 있도록 한 상태다. 공인인증서비스 업체 한국정보인증과 제휴, 생체정보를 이용한 사용자 인증 서비스도 개시할 예정이다.

또 지문인식 솔루션을 통한 출입통제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슈프리마도 연내 모바일 지문인식 솔루션 공급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근엔 작은 지문인식센서로 높은 인식률을 가진 알고리즘을 개발해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협력을 논의중이다.

슈프리마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의 지문인식 적용 이후 모바일 기기에 지문인식 기술을 탑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지문인식모듈을 수출하는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핀테크 규제, 남은 과제는?

과거에 비하면 핀테크를 둘러싼 환경에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도 꽤 있다.

핀테크 발전에 있어 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빅데이터 활용이다. 이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 활용을 어디까지 해도 되는지 아직 금융당국은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 신용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등으로 인해 엄격해진 개인정보보호 잣대를 어떻게 손대야 할 것인지 논의가 한창이다.

자녀 유학이나 해외여행 확대 등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외환송금 관련 핀테크 서비스도 국내에서는 아직 불투명하다. 저렴한 수수료 등에 힘입어 해외에서는 이미 저변이 넓어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은행 등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은 외환거래는 이른바 '환치기'에 해당해 현행법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범서비스를 내놓은 핀테크 기업이 등장했지만,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그야말로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 정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 분야 시장은 열리기 어려운 만큼 당국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분야다. 하지만 자본금 규모나 진출 가능한 기업 규모와 업종 등 출범에 대한 기준선이 오는 6월에나 나올 예정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은산분리 등 관련 이슈가 많아 조율과정이 상대적으로 긴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은 IBK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은행권, 키움증권·미래에셋증권 등 몇몇 증권사들의 연합체, 롯데그룹 등이 각각 사업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핀테크 관련한 전반적인 규제 완화가 빠르게 나타나면 좋겠지만, 어쨌든 계속 개선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당국의 움직임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김국배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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