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FinTech)'는 우리 금융과 ICT 산업의 혁명을 이끌 키워드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 시장은 정부의 안이한 정책지원과 금융산업의 보수적 대응으로 핀테크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ICT와 금융산업의 현장에서는 시작은 늦었지만 글로벌 시장을 따라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아이뉴스24는 [창간 15주년 특별기획 -핀테크한류]를 통해 국내 시장의 환경과 '한국형 핀테크'를 열어가고 있는 산업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담아내고 '핀테크 한류'의 가능성과 미래를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허준기자] #1.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은 중국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그들이 주로 쓰는 결제 방식은 바로 '알리페이'. 중국에서 알리페이에 충전해둔 돈을 환전할 필요없이 바로 면세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한다. 롯데백화점은 엄청난 중국 관광객들의 수요에 따라 알리페이와 제휴를 맺고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알리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
#2.최근 해외 결제서비스인 페이팔은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은 이른바 '직구족'이 늘면서 우리 국민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해외 사이트에서 직접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페이팔에 가입해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어 서비스가 없어서 불편했지만 한국어 서비스 개시로 이용자가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철옹성같던 국내 금융 서비스의 결제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이 융합하면서 전세계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확산하고 있다.
◆'명동점령' 요우커가 주는 교훈
현금을 환전해서 이용하거나 신용카드를 활용해 해외에서도 결제하는 일상이 변하고 있다. 이른바 '핀테크 시대'가 열리면서 신용카드조차 낡은 결제수단으로 밀려나고 있다. '명동을 점령한' 페이팔이나 알리페이는 이미 우리 라이프스타일(life style) 깊숙히 핀테크가 들어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명동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계단은 이미 '알리페이' 광고가 장악했다. 면세금액을 알리페이로 손쉽게 환급받을 수 있다는 안내부터 알리페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내용까지 명동 거리 곳곳에 알리페이 광고가 가득하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온오프라인 알리페이 결제를 도입했다. 롯데 측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 90% 이상이 알리페이를 쓰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서비스 사업자의 의무"라며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어떤 방식의 결제시스템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리페이도 처음에는 전자상거래 전용 결제 시스템이었지만 이제는 편의점, 음식점 결제는 물론 공과금 납부, 은행계좌간 현금 이동, 병원 등 생활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확대됐다. 중국인들이 설에 세뱃돈을 알리페이로 준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알리페이 등장 이후 중국 시장은 단숨에 '핀테크 선도국'으로 급부상했다. 중국인으로부터 사랑받는 알리페이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중국인 커뮤니티'를 통해 세계 최고의 결제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페이전쟁'은 이미 현재형
지난해 10월 애플이 아이폰6에 탑재한 '애플페이' 역시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NFC 기능을 활용한 '애플페이'는 신용카드 정보를 아이폰에 저장해 카드를 꺼내지 않고 아이폰만으로 결제를 가능하게 해주는 결제 시스템이다.
구글도 안드로이드 마켓을 기반으로 하는 '안드로이드 페이'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페이'로 추격전에 나섰다. 삼성페이는 NFC결제방식이 아닌 마그네틱 단말기에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도입, 결제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페이열풍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등장한 '카카오페이'와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1등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기반한 '네이버페이',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KT가 자회사인 BC카드와 함께 준비중인 '탭사인' 등도 출격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갑자기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 것은 더 이상 글로벌 시장을 외면한 채 국내 제도에 안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본인확인이 필요없이 간편하게 클릭 두세 번으로 결제할 수 있는 글로벌 결제수단과 달리 우리 시장에서는 최종 주문이 성사되기 전까지 각종 요구사항에 시달리기 십상이었다. 보안 및 결제용 프로그램을 별도로 내려받아 설치하거나 신용·체크카드 번호도 매번 입력해야 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던 것.
우리 결제 및 금융시스템은 익스플로러 상에서 '액티브X'를 계속 추가설치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어서 글로벌 결제시스템에 비해 경쟁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크롬, 사파리, 파이어폭스 등 다른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글로벌 쇼핑객들에게 우리 온라인 장터는 접근하기 힘든 '남의 떡'이나 다름 없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중국인들이 천송이 코트를 살 수 있도록 (결제환경을) 개선하라"고 지적하자 그나마 간편결제 시장에서부터 숨통이 틔고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보안 문제를 위해 'exe'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이미 보안프로그램 추가 설치 없이 결제할 수 있는 '로그인 간편결제' 서비스에 들어간 삼성카드처럼 일부 카드회사를 시작으로 'exe' 없는 간편결제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소비자 PC나 스마트기기에서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카드사들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업그레이드되는 변화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대응 늦었지만 "기회는 있다"
국내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전자상거래 결제 간편화 방안'이 등장하는 등 '핀테크'에 대한 시각이 새로워지고 있다. 공인인증서 및 액티브X 사용 및 카드정보 저장 문제 등이 해결책이 나오면서 간편결제 시장이 활성화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구글과 애플, 알리바바 등이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 비해 금융 규제와 보안 문제로 우리의 핀테크 시장은 늦은 편"이라면서도 "지난해 규제완화가 시작되며 간편결제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핀테크 산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제휴업체를 더욱 늘리고 소비자 수수료를 낮추면서도 금융사의 적절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늦었지만 우리 정부의 핀테크 산업 활성화 의지는 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존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규제를 철폐해 핀테크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새로 취임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핀테크라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우리 금융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며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높이고 경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규제의 큰 틀'을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와 금융산업계가 더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으며 지구촌 핀테크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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