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 허준기자] 주총데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통신사들은 한목소리로 '변해야 산다'며 주주들 앞에서 변화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인터넷 업계는 주주들에게 수익다각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20일 SK텔레콤, 27일 KT까지 통신3사가 주주총회를 마무리했다. 통신사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여, 향후 통신사들의 새로운 사업방향이 주목된다.
가장 큰 변화의 주인공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장동현 사장을 선임하고 본격적으로 새로운 SK텔레콤호의 출항을 알렸다.
주주총회 이후 이어진 이사회에서는 장동현호의 새로운 청사진이 제시됐다. 유선 및 TV사업을 영위하는 관계사 SK브로드밴드를 SK텔레콤의 완전 자회사로 만들기로 했다.
SK텔레콤은 오는 6월9일까지 주식교환 방식으로 SK브로드밴드 지분 100%를 확보할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되면 사실상 합병한 것과 다름없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디어와 스마트홈 등 신규 성장 영역에서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유무선미디어를 아우르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통신 경쟁 패러다임을 고객가치'중심으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업계와 SK그룹 내부에서는 이번 100% 자회사 추진이 향후 합병 가능성을 열어둔 포석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KT와 LG유플러스는 주총에서의 특별한 변화 움직임은 없었지만,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등 재정비를 위한 안건들이 순조롭게 승인됐다.
하지만 CEO들의 발언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황창규 KT 회장과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사물인터넷(IoT) 등 융합시대로 접어드는 흐름에 올라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재확인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해부터 제시한 에너지, 차세대미디어, 보안, 사물인터넷 등 미래융합서비스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고객 최우선 경영, 서비스 차별화 등을 통해 더이상 가능성이 아닌 숫자로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올해는 뉴 라이프 크리에이터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인프라, 콘텐츠, 서비스 영역에서 제2의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명실상부한 탈통신 세계 1등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능형 스마트비서 서비스와 비디오 서비스 리더십을 강화하고 전자결제, IDC 등에서 지속 성장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다음카카오, 수익다각화 의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며 수익 다각화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20일 경기도 분당 사옥인 그린팩토리에서 16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정관 일부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등의 의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네이버는 이날 정관변경으로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 음악·영상·출판물 관련 저작권 관리, 상표·브랜드 등 지적재산권의 라이센스업, 음반물·영상물·사진 출판물·만화 등의 유선·무선 대리중개업, 광고대행업과 광고매체 판매업 등 11가지를 사업 목적에 새로 넣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국경 없는 인터넷에서 세계적인 기업들보다 더 혁신적이고 편리한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며 "네이버 전 임직원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 역시 27일 제주시 첨단로에 위치한 다음카카오 사옥인 스페이스닷원에서 20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정관 일부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등의 의안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특히 정관변경을 통해 '전자금융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와 송금 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 출시 등 핀테크 사업을 추진하는데 따라 사업내용을 명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세훈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다음카카오는 올해 게임 사업의 글로벌 진출, 페이먼트 사업 확대, 새로운 검색 서비스 소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론칭 등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여러 사업 과제들을 수행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정보와 비즈니스를 연결해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으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IT 서비스 기업들 '글로벌-신사업'
IT 서비스 기업들은 정체된 IT 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글로벌 진출과 신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삼성SDS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삼성SDS타워에서 상장 후 첫 주총을 열고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액 결정 등 3개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주당 배당금은 전년 대비 100% 증가한 500원으로 확정됐다.
이날 전동수 삼성SDS 대표는 "올해 미국 금리 인상, 중국 성장 둔화 우려로 기업들이 IT 지출에 소극적인 계획을 세움에 따라 IT 서비스 업계는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삼성 관계사의 IT 일류화를 지속 추진해 안정적 수익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에서는 박성태 전무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포스코ICT는 16일 열린 주총에서 '스마트 팩토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포스코와 협력해 설비관리, 제품 결함 관리, 안전관리 분야에 산업용 사물인터넷(IoT)를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국내외 산업현장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를 비롯해 송·배전시스템 구축과 에너지 효율화 사업, 중국 대상 대기환경 솔루션 공급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포스코ICT는 이날 윤동준 포스코 부사장을 비상무이사로, 윤덕일 상무(경영기획실장)를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했다. 이에 따라 기존 최두환 대표를 포함 사내이사 2명, 비상무 1명, 사외이사 1명 등 총 4명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 최동덕 포스코에너지 전 감사를 상임감사로 선임했다.
포스코ICT 관계자는 "포스코와 패밀리사의 본원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구축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에너지효율화, 환경솔루션 등 신수종 사업도 궤도에 올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SK C&C는 물류시스템, 보안사업 등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24% 늘어난 3조원으로 올려 잡았다.
박정호 SK C&C 대표는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열린 주총에서 "올해도 기존 IT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모빌리티 트렌드에 변화에 맞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SK C&C는 정관 개정을 통해 사업 목적에 ▲경비 및 보안시스템 서비스업과 검사 ▲측정 및 분석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또 안정옥 경영지원부문장을 신임 사내이사, 지동섭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 통합사무국장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SK C&C는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고폰 유통사업인 에코폰 사업을 글로벌 유통사업으로 확대하고, 반도체 모듈 사업 확대를 위한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해 B2C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상장사는 아니지만 LG CNS도 지난 19일 주총을 열고 하현회 LG 대표이사 사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 재무제표 승인 안건 등을 처리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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