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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례]세탁기 동영상 논란, 소비자는 지친다


삼성과 LG 싸움이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멈출 때도 된 듯하고, 할 만큼 한 듯한데 양측 비방전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데도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는 숙적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제 가전까지 1위 자리를 넘보는 대표 기업들이다. 그런데도 정작 해야 할 글로벌 경쟁은 뒷전이고 안방에서 자기들끼리 그것도 장외전만 요란한 형국이다.

지난해 9월 독일 국제 가전 박람회(IFA 2014) 기간 중 벌어진 LG전자 사장의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사건은 5개월여가 지난 지금 현지 CCTV 동영상 공개로 까지 이어졌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LG측과, 제품을 파손해놓고 오히려 제품 결함을 운운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삼성 측이 한 치 양보 없이 맞서고 있다.

양측 주장은 첨예하게 엇갈려 진실공방 양상이다. LG측은 공개된 장소에서 사업부 수장이 경쟁사 제품을 일부러 파손할 수 있냐는 얘기고, 삼성측은 시판된 제품을 연구공간도 아닌 일반 전시회장에서 수차례, 여러 매장에 걸쳐 테스트 했다는 게 말이 되냐 받아치는 식이다.

LG측이 공개한 동영상도 삼성측은 임의로 편집, 사실을 왜곡했다는 주장이니 이제 이 사안은 법적 판단에 앞서 '여론'의 심판대 부터 오를 판이다. 하지만 제품 경쟁은 없고 비방만 이어지는 이 싸움에 정작 소비자는 지친다.

더욱이 양측은 사과나 합의를 통해 충분히 마무리 할 수 있었던 사안을 결국 자존심을 앞세우다 때를 놓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삼성과 LG의 법적공방이나 진실다툼은 OLED 기술 유출을 놓고도 3년째 진행형이다. 최근 수원지검이 LG측 OLED 기술을 빼낸 혐의로 삼성측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다시 재 가열되는 양상이다. 판결을 놓고 혐의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쪽과 기술유출이 확인됐다며 말 그대로 아전인수 격 해석을 놓고 연일 여론전이 한창이다.

OLED는 삼성이 중소형 AMOLED로 글로벌 1위를 점했고, 중대형에서는 LG만이 양산체제를 갖출 정도로 우리가 우위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양측은 표준과 제품군을 놓고 소모전을 벌이고 있고, 이 기회를 틈타 경쟁 업체들은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과 LG의 감정 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TV나 냉장고 등 가전은 물론 3D 등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을 놓고도 1위 다툼 보다 비방전에 열을 올리기 일쑤였다.

물론 기업도 사람 일이라 경쟁을 하다보면 자칫 감정싸움으로 흐를 수 있다. 천하의 애플도 결국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지키겠다고 삼성전자를 상대로 마타도어에, 사상초유의 특허전도 벌였다. 일정부분 기선제압용일 수 있고 제품과 브랜드 홍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과 같은 전략적 싸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삼성과 LG는 싸움의 기술도 전략도 없이 그냥 감정싸움에만 힘을 빼는 모습이다. 더욱이 법적 소송으로 비화된 마당에 비방전을 이어가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러운 일이다. 또 소송이 진행되다 보면 서로가 합의를 통해 갈등을 봉합할 수도 있는 일인데, 퇴로 없이 싸우는 것을 보면 전략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한 외국기업 관계자는 "양사가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해외에서도 이 사안에 관심이 많다"며 "글로벌 기업들도 소송전을 벌이지만 이같이 낯 뜨거운 여론전을 펼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씁쓸해 했다. 더는 감정다툼 말고 사법부 판단에 맡기라는 얘기다.

사실 우리 기업끼리 안방에서 이 같은 다툼을 벌일 때인가. 삼성과 LG에 밀렸던 일본 업체들이 엔화 약세 등에 힘입어 권토중래를 꿈꾸고, 자국 시장 강점에 가격 경쟁력까지 앞세운 중국 업체들 추격은 우리 턱밑까지 위협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올해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1위를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글로벌 1위 경쟁의 승부가 고작 안방에서 벌이는 여론전으로 가려질 것은 아니지 않는가.

/박영례 산업팀장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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