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우여곡절 끝에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했지만, 언론사 외압 의혹 등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은 터라 총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온다.
당초 이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기대는 컸다. 40년 공직 생활을 거치며 정치·경제·치안·행정 각 분야를 두루 섭렵한데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대야 협상을 원만히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인사청문 절차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점쳐졌다.
특히 청와대는 이 후보자 총리 인준을 시작으로 후속 개각, 청와대 개편 등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함으로써 설 연휴 민심 반전을 꾀하려는 구상을 내놨다. 개각 시기도 이 후보자 인준이 마무리된 직후로 일찌감치 못 박은 상태였다.
이 후보자 개인적으로는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야권의 안희정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총리 내정 직후 일부 기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 대한 의혹 보도를 못 하도록 막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반전됐다.
본인과 차남의 병역 문제, '황제 특강' 논란, 삼청교육대 근무 이력,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 수두룩한 의혹도 이 후보자에 대한 자질 논란을 부추겼다.
결국 야권은 이 후보자 인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오후 본회의에 참석,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고, 정의당은 본회의에 아예 불참했다.
새누리당 의원 155명,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24명, 무소속 의원 2명 등 281명이 참여한 표결 결과는 찬성 148표, 반대 128표, 무효 5표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로 새누리당 내에서 조차 반대표가 나왔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 후보자는 총리 지명 당시의 기대와는 달리 사실상 '반쪽 총리'로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당시 정운찬 전 총리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2009년 정 전 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사실상 여당이 단독 처리했고, 이후 야당은 정 전 총리의 취임인사 조차 받지 않았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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