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넥슨 일본법인(대표 오웬 마호니, 이하 넥슨)과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경영권 분쟁이 '소리없는 총성전'으로 전환됐다.
지난 10일과 13일 각각 의견을 주고 받은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답변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나 신규 이사 선임을 비롯, 경영 문제에 대해서는 날선 공방을 거듭했다.
두 회사는 답변서만을 비공개로 했을 뿐 지난 11일과 12일에 있었던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비롯, 경영진들이 직접 공개적인 반박을 거듭하며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 넥슨 '최대주주로서 경영 적극 개입' vs 엔씨 '우리 방식 고수'
다소 소모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결별 시나리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넥슨의 경영참여 의지는 확고하다. 이는 넥슨코리아가 발송한 입장서한은 물론 공개 행보를 통해서도 공식화되고 있다.
실제로 넥슨코리아(대표 박지원)는 지난 12일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답장을 통해 엔씨소프트 이사진에 공석이 생길 경우 넥슨 측 추천 인사 선임을 재차 요청하고 특정 일정까지 실질주주명부를 전달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난 12일 일본에서 진행한 넥슨 일본법인의 컨퍼런스콜에서는 경영 참여 의지가 더욱 공개적으로 드러난 상태. 오웬 마호니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2년 반 동안 엔씨소프트의 주주였지만, 엔씨소프트에 대한 투자 성과를 보지 못했다"고 강조하며 "최대주주로서 주주가치를 높이고 싶다"고 밝혔다.
넥슨코리아도 한경택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입을 빌어 "투자 당시 25만원이었던 엔씨소프트 주가가 20만원 밑으로 형성돼 지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을 표출했다. 한CFO는 "엔씨소프트가 비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특수관계인의 연간 보수 및 산정 기준 공개 요구를 거절했다"며 엔씨측에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엔씨소프트도 넥슨측의 이같은 공세에 수동적이지만은 않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11일 컨퍼런스콜에서 윤재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넥슨과 몇가지 협업을 진행한 결과 양사의 문화와 가치 차이 문제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해 어떻게 밸류(가치)를 높일지는 우리도 (넥슨에) 질문하고 싶은 부분"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넥슨이 제안한 자사주 소각 건에 대해서도 "자사주는 엔씨소프트의 중요 투자나 M&A 부분에 쓰일 주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당장 소각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엔씨소프트는 16일 "양사 논의에 대한 비공개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나 넥슨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경우엔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히며 경영권 논쟁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 여전히 타오르는 분쟁의 불씨 '누구에게 유리할까'
이사 선임과 기업 가치 산정에 대해서는 양사가 입장차를 표출하고 있지만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는 엔씨소프트가 넥슨측 입장에 대해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오는 3월 27일로 예정된 엔씨소프트 정기주주총회에서 양사가 의결권 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일단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넥슨이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정관변경' 등을 신규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넥슨코리아는 "설 연휴 전 엔씨소프트에 추가적인 입장을 전달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고 엔씨소프트도 "넥슨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양측이 정중동의 양상을 띠고 있지만 분쟁의 씨앗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대주주(15.08%)인 넥슨이 언제든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고 김택진 대표를 제외한 엔씨소프트 주요 이사진의 임기가 2016년 3월에는 모두 만료돼 경영권 분쟁이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실질주주명부를 확보한 후 엔씨소프트의 주요 주주를 포섭, 위임권을 넘겨받으면 양사의 의결권 분쟁은 넥슨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게다가 전자투표제까지 도입해 발행 주식의 약 20%를 점한 엔씨소프트 소액 주주들까지 표 싸움에 끌어들이면 상황은 말 그대로 예측불허로 흘러가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넥슨이 다시 한 번 '주가 상승' 명분을 내걸고 엔씨소프트 경영진을 압박, 소액 주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넥슨의 경영 개입시 핵심 개발자 이탈이 심화돼 기업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엔씨소프트 측 주장도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 전자투표제 도입이 누구에게 유리할 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두 회사의 소리 없는 총성전은 침묵의 기습공격을 수반하며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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