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콘텐츠 제값받기' 일환으로 다시보기(VOD)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자 유료방송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IPTV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에게 재전송료 인상을 요구한데 이어 편당 다시보기(VOD) 가격을 50%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
유료방송업계에선 지상파가 줄어든 방송광고 수익 충당분을 VOD에서 찾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유료방송업계는 VOD 편당 가격 인상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VOD 소비 수요를 위축시킬까 우려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의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KBS미디어·MBC·SBS콘텐츠허브가 지난해 12월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IPTV 3사와 케이블TV사업자에게 편당 판매하는 VOD가격을 50%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상파 관계자는 "VOD가격 인상은 콘텐츠 제값받기의 점진적 실현을 위한 조치"라며 "무료VOD가 많은 것은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으로, 방송 콘텐츠 제작과 유통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한 적정 수준의 콘텐츠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신작 고화질(HD) VOD는 1천원에서 1천500원, 신작 일반화질(SD) VOD는 700원에서 1천원으로 오른다. 구작 VOD의 경우 HD급은 현재 500원~1천원(KBS), 700원(SBS)인데 지상파 3사 모두 1천원으로 인상을 요구했다. 구작 SD급은 300~700원(KBS), 500원(SBS)에서 700원으로 정했다.
지상파 방송사 측은 당장 VOD가격이 오르면 시청자들의 저항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광고수익 급감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지상파 3사는 지난해에 1천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 상태다.
지상파 관계자는 "점차 실시간 방송에 대한 수요가 적어지면서 VOD와 인터넷·모바일 강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현 시점에서의 저항을 감수하고서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VOD 제값받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료방송업계는 지상파의 VOD가격 50% 인상요구가 과도한 것으로, 시청자의 부담과 반발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VOD는 유료방송사들의 주요 수익원 가운데 하나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이 공개한 IPTV 3사·케이블TV사업자 연도별 VOD 매출 현황 집계를 보면, 최근 3년새 VOD매출은 각 사업자별로 최소 30% 씩 증가했다.
하지만 유료방송사업자는 VOD 가격상승이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것을 더 걱정하고 있다. 현재 편당 판매되는 VOD수익은 지상파와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보통 7대3의 비율로 나눠갖는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VOD를 이용해본 이들은 유료방송 가입자의 30~40% 수준에 그친다"며 "아직은 VOD가격을 올릴때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VOD에 대한 경험을 늘릴 때"라고 말했다.
IPTV 3사와 케이블TV업계는 당장 VOD가격 상승을 통한 매출 증대보다, VOD이용 수요를 늘려 당기적인 수익상승을 기대하는 셈이다.
또다른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VOD 가격인상은 오히려 지상파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VOD가격인상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VOD시청이 줄어들거나, 비합법적인 경로를 통한 시청으로 이어져 오히려 VOD수익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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