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화웨이와 샤오미폰이 제일 잘 나가요. 한국폰은 글쎄요···."
한국의 용산과 같은 중국의 최대 전자상가 화창베이의 휴대폰 판매원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삼성이나 애플의 스마트폰을 주력으로 파는 판매점이 아니라면 추천 제품도 대부분 중국 제조사의 휴대폰이었다.
삼성, LG 외산폰이라고 해봐야 아이폰 정도가 눈에 띄는 국내 휴대폰 판매 풍토와 달리, 이곳에서는 다양한 중국 제조사의 제품과 이에 맞서는 애플과 삼성의 격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11일(현지시간) 중국 선전의 화창베이를 찾았다. 화창베이는 중국 최대 전자상가로 15만여개의 휴대폰 판매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휴대폰뿐만 아니라 각종 가전과 이들 제품에 탑재되는 부품, '짝퉁'폰의 메카키도 하다.
화창베이의 첫인상은 실제 판매되는 중국 휴대폰 브랜드가 생각보다 많아 놀라웠다. 시장조사기관자료에서 볼 수 있는 샤오미, 화웨이, 레노버 뿐만 아니라 비보, 오보, TLC 등 많은 중국 제조사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중국인에게 외산폰인 제품 중에선 삼성, 애플만 이들 제조사와 보조를 맞추는 수준이었다.
중국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현재 중국에는 전성기시절 한국의 팬택같은 업체가 5개는 넘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중국인들이 날이 갈수록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합쳐진 3분기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샤오미가 15.4%로 1위를, 삼성전자가 13.5%로 2위를 차지했다.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합쳐진 3분기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샤오미가 15.4%로 1위를, 삼성전자가 13.5%로 2위를 차지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도 샤오미가 16.2%,를 삼성전자는 13.3%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까지 2년간 중국 휴대폰·스마트폰 시장 정상을 지켜왔지만 지난 3분기에 이 자리를 샤오미에 넘겨줬다.
실제로 만나본 휴대폰 판매원들은 샤오미나 화웨이 제품이 잘 나간다고 말했다. 한국 제조사 제품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하지만 성능대비 중국 제조사 제품보다 비싸다며 잘 추천하지 않았다.
화창베이의 한 휴대폰 판매원은 "샤오미나 화웨이폰이 잘 나간다"며 "1천위안(약 17만원)대에 좋은 제품도 많다보니 삼성 제품은 최근 반응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판매원도 "삼성 휴대폰은 중국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면서도 "반응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 대리점들을 둘러봐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차이나모바일 대리점에는 삼성, 애플, 화웨이 제품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그러나 대리점원들은 대다수 화웨이 제품을 추천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규제에 따른 판매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지원 규모가 줄고 있다. 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삼성전자·애플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올 초 중국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공격적으로 보조금 정책을 펼치던 3대 이통사에 3년 내에 보조금과 광고지원비를 포함한 마케팅 비용의 20%를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따라 중국 최대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7월 올해 보조금 규모를 340억위안(약 5조9천억원)에서 210억위안(약 3조7천억원)으로 130억위안(약 2조원)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2·3위 업체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도 이에 보조를 맞춰 약 2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축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조금 지원 축소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겨냥한 정책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중·저가 스마트폰이 주력인 중국 현지업체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삼성·애플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vs 애플 중국 시장서도 '혈투'
이 같은 상황에서도 화창베이에서 삼성과 애플은 중국 제조사의 제품과 나란히 전시돼 있을 정도로 물량 싸움에선 뒤지지 않는 모양새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4'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 삼성 휴대폰을 판매하는 곳곳에서 '용심대화(用心對話,마음으로 대화하세요)' 라는 한자가 적힌 광고문을 볼 수 있었다.
삼성은 메탈 소재의 스마트폰 갤럭시A3·A5도 중국시장에 투입했다.
한 판매원은 "갤럭시A는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폰"이라며 "이제 막 출시해 반응은 기다려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중국에 정식 출시된 갤럭시A3의 출고가는 1천999위안(약 36만원)이며 갤럭시A5는 2천599위안(약 47만원)이다.
이에 애플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선전 시내 버스 정류장 곳곳에 아이폰6 광고가 걸려 있었다. 지난해 연말 공급을 체결한 차이나모바일의 대리점에도 애플 제품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삼성·애플 손을 묶으면서 자국(중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과 애플로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시장 수성을 위해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전(중국)=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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