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375조4천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가 지난 2002년 이후 12년만에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을 지킨 것이다.
여기에는 올해부터 적용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 상 자동 부의 제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회법 제85조 3항에 규정된 이 제도는 헌법이 정한 예산 심사 기일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종료 시한을 11월 30일로 명시했다.
여야가 이때까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다음날인 12월 1일 0시를 기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과 국회의장이 지정한 예산부수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예산안 지각 처리 악습을 끊을 수 있었다. 반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에 대한 충실한 심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9월 23일 376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예결위가 예산 심사에 본격 착수한 것은 10월 30일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국회가 한 달 넘게 공전하면서 심사 기간이 확 줄어든 것이다.
촉박한 시간 속에서도 누리과정 국고 지원 등 쟁점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심사가 지연됐다. 결국 예결위는 심사 종료 시한인 11월 30일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했다. 여야 합의로 심사 기일을 이틀 연장했지만 부실·졸속 심사 비판에 더해 '법외심사' 지적까지 나왔다.
예산부수법안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정한 14개 예산부수법안이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에 따라 수정되고 본회의에 상정, 처리된 것은 상임위→법사위→본회의로 이어지는 국회의 법안 심사 절차를 거스른 것이다.
이에 야당 뿐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조차 '상임위 무력화'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예산부수법안 소관 상임위는 야당의 반발로 파행하는 등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었다.
예산부수법안들이 상임위 심사 없이 본회의로 직행하면서 소관 상임위 소속 의원들 조차 법안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표결에 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급기야 본회의에서는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로 마련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수정동의안과 정부 원안이 모두 부결됐다. 새누리당 내에서 반대표가 다수 나온 게 결정적 이유였다. 한 의원은 "법안 내용을 모르는데 어떻게 찬성하느냐"고 소리쳤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정소희 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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