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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시대, '정보 기본권'이 필요하다


IT 없는 '87년 체제' 한계, 기존 기본권도 보완 필요

[윤미숙기자] 1987년 마지막 개헌 이후 현재까지 27년 동안 대한민국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여기에 정보통신(IT)기술이 더해지면서 우리 삶의 모습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변화했다.

흔히 21세기를 정보화 시대라고 칭한다. 인터넷 발달에 이은 모바일 혁명은 정보(data)를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큼 얻을 수 있게 했다. 과거 소수 권력층이 정보를 독점하던 시대에서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스마트폰 하나만으로도 정보검색, 쇼핑, 금융거래, 독서 등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사표현을 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정보화 시대 우리의 삶은 과거 보다 물질적·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진 게 사실이다. 그만큼 정보의 중요성과 가치도 부각되고 있다. 정보화 시대의 정보를 산업화 시대의 기름에 비유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정보화의 그늘…'카톡 감청' 등 기본권 침해 논란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문제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정보화 시대 하에서는 정보 불평등, 개인정보 유출, 정보의 통제와 독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현행법과 제도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제21조), 사생활 침해 금지(제17조), 통신의 비밀 침해 금지(제18조) 등 기본권을 위협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몇 년 전 아이디 검색으로 상대방의 신상정보를 알아내는 '구글링'이 유행했다. 또 스마트폰에 전화번호만 저장하면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에 자동으로 연결돼 상대방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른바 '신상털기(개인정보 프로파일링)'를 통한 사생활 침해의 예다.

나아가 최근 불거진 '카카오톡 감청 사태'는 국가기관에 의한 기본권 침해 논란을 촉발했다.

감청과 압수수색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적법 절차에 따르더라도 수사 대상과 범위를 특정하기 어려운 현행법 체계 상 범죄 사실과 관련 없는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는 상존한다.

정보를 생산, 유통하고 타인의 정보에 접근해 소통하며 자신의 정보를 관리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정보 기본권' 개념으로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개헌 논의, 핵심은 기본권이다

전문가들과 시민사회에서는 현행 헌법 해석을 확대하거나 입법 보완을 통해서도 정보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지만, 국가 최고법인 헌법에 명시함으로서 사회 보편적 가치로서 위상을 정립하고 입법·사법·행정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헌법에 이미 명시된 기본권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기본권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참에 생명권, 인권, 평화, 소수자 권리 등 새로운 가치를 헌법에 담아내자는 것이다.

통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 등 자유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 우리나라의 국제정치적 위상을 고려해 정치적 망명권과 난민권을 명문으로 규정하자는 주장 등 기본권에 관한 논의는 이미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개헌 논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개헌이 힘을 받으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개헌의 마지막 관문이 국민투표이기 때문이다. 개헌 논의에서 기본권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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