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이 가시화되면서 우리 산업에 미칠 효과와 영향에 관심쏠리고 있다.
자동차, 정유, 일부 부품 업종의 수혜가 예상되는 속에서 패션 등 일부 업종은 저가 공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도 현지생산체제 등 상황을 감안, 효과와 여파가 달라질 수 있어 셈법이 복잡해 지고 있다.
10일 한국과 중국 정부가 중국 베이징에서 통상장관회의를 갖고 한중 FTA 관련 막판 쟁점을 조율 중이다. 양측 정부가 FTA 타결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협상 타결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공장이자 시장인 중국과의 FTA 타결 및 이에 따른 무관세 등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먼저 수혜주로 꼽히는 자동차나 부품 역시 세부안이 어떤 형태로 확정될 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전망. 무엇보다 휴대폰 등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업체 공세가 거세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패션, 유통 등의 경우 중국산 저가 공세에 따른 우려가 더 높은 상황. 원가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여파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중소 업체 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다.
◆자동차-부품-TV 등 일부 IT업종 수혜
증권가에서는 한중FTA 타결로 5년뒤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92∼1.25%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수혜주로 자동차와 부품, 운송 등이 꼽히고 있다. 아울러 현재 5% 관세가 적용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이나 TV 등 일부 품목이 이번 FTA 체결에 따른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자동차 업계는 FTA 타결에 따라 완성차 수출입 관세가 단계적으로 줄거나 사라지게 됨에 따라 이에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중국 판매 차종 대부분을 현지에서 생산하지만 10만대가량의 중·대형 고급차는 국내에서 생산,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중국시장 진출의 걸림돌이었던 관세 장벽이 해소되고, 한국GM과 르노삼성도 모회사인 GM·르노의 정책에 따라 중국 수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는 점은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또 완성차 보다 관련 부품 등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이외에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완성차업체보다는 국내 생산분 수출 비중이 월등히 높은 부품업체들이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부품업체들 대부분이 현지생산체계가 아닌 국내에서 만들어 중국으로 수출하는 만큼,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제고의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유화학 부문의 경우 한중 FTA 타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정유업계의 경우 현재 국내 생산 석유제품의 18% 및 석유화학제품의 45%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번 FTA 타결로 현재 부과되는 평균 3.9%의 관세가 사라지면 수출액이 연간 15억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관세 폐지에 따른 효과 등이 기대된다"며 "이에따른 수익은 제품 고부가가치화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중국 수출시 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FTA체결에 따라 관세가 철폐되면 이에 따른 효과도 기대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일반품목으로 철폐가 될 수도 있고, 민감 품목으로 분류되면 10~20년이 될 수도 있어 좀더 세부안을 봐야 한다"면서도 "일단 타결 되면 경쟁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기업 외 중소기업들, 후방업체들이 있어 전체적으로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 반도체나 휴대폰 등은 이미 해외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거나 무관세여서 FTA체결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지만 일부 관세가 적용되는 TV 등의 경우 효과가 기대된다.
HMC 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원은"IT쪽은 반도체는 무관세로 가고 있고, 스마트폰 역시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TV는 그나마 관세율 인하로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식품업계도 세부안이 마련되지 않아 아직 효과를 거론하는데 조심스럽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향후 중국과 상호 교류 등을 통한 반사이익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농수산물 관세혜택 등의 영향을 받아 장기적인 시각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패션이나 유통은 중국산 공세 강화에 따른 타격이 우려되는 업종. 한중FTA 따른 중저가 브랜드나 국내 SPA 브랜드들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지생산체제 강화 등을 통해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백화점 업계는 "고가 중심의 제품 차별화 정책을 펼치고 있어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유통업계 쪽 보다 중국 저가 물품 들어오면서 중기, 소상공인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지생산체제로 효과 제한적- 오히려 가격공세 '우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이 이미 현지생산체제를 갖춘 상태에서 효과보다는 역으로 중국의 완제품 수입이 늘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산 공세가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경우 이미 현지생산에 주력하고 있어 FTA로 관세가 인하된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국산완성차업체 대부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해 판매하고 있어 FTA 체결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자동차의 경우 연간 중국 수출량이 약 10만대에 불과하고, 중국 현지 생산량이 연간 180만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중국과의 FTA가 정작 실익은 없고, 위협요소가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BMW, 메르세데스-벤츠, 토요타 등 중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글로벌 수입완성차업체들이 기존 모델 대비 상당히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에 수입될 경우 내수시장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업체들은 향후 값싼 운송비와 인건비를 무기로 중국 생산차량을 국내에 들여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중국은 유럽 대비 운송단가가 40% 가량 저렴하고 인건비는 10%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례로 중국산 BMW가 국내에 수입될 때 기존 독일산 모델과 상당한 가격 차를 보일 것"이라며 "물류비용과 인건비를 감안하면 글로벌 업체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우리나라에 충분히 들여올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중국산 모델이 내수시장 점유율 판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갈수록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수입차 브랜드들이 중국에서 생산된 값싼 자동차를 국내에 들여올 경우 내수시장에서 국산차들의 고전이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의 내수 규모는 연간 150만대 수준이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내수점유율은 68.6%로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점유율 70% 선이 무너지며 안방 사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입차 점유율은 연말에 15%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는 디스플레이 패널 등 IT 업계나 정유, 식품 등 다른 업계도 마찬가지.
먼저 현행 중국 관세 5%가 적용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에 대응 지난해말부터 삼성과 LG가 중국에 8세대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등 현지생산체제를 강화하고 나선 상황. 이에 따라 관세 철폐에 따른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나 휴대폰, TV 등 대부분의 주력 품목 역시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어 별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들을 포함 컴퓨터 등 까지 현행 WTO 국가 상호간 ITA(정보기술협정)로 무관세화 돼 한·중 FTA 체결에 따른 효과는 사실상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과 TV 반도체 모두 중국에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의 경우 반도체, TV, 스마트폰 모두 국내에서 수출되는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모든 물품이 현지화됐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한중 FTA로 큰 효과를 보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또 일정 유예기간이 있어 그 기간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현지 생산라인이 가동돼 크게 효과를 볼 것은 없다" 고 설명했다.
역시 중국제품의 가격공세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신한금융투자증권 소현철 연구원 "한·중 FTA가 휴대폰 제조 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중국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저가공세를 펼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 관계자 역시 "국내 가전 시장, 특히 소형가전에서 중국 전자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정유나 식품업계 역시 중국산 수입 확대 등에 따른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
정유업계의 경우 이미 중국 내 과잉공급으로 국내 관련업체들의 입김이 약해지는 데다 관세율 자체도 그리 높지 않아 이의 철폐에 따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식품업계 역시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나 중국산 제품 수입 확대에 대한 우려역시 크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완제품 형태의 가공식품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산업팀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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