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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시장에 소리없는 영토 전쟁 'M&A'


미드코어 게임 부상하며 퍼블리셔들 개발사 인수 적극 타진

[문영수기자]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중심 축이 캐주얼게임에서 미드코어 게임으로 이동하면서 퍼블리셔가 개발사 지분 일부를 인수하거나 통째로 사들이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개발기간이 길고 개발비 또한 적지 않게 요구되는 미드코어 게임의 경우 개발사가 만성적 자금적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퍼블리셔의 자금 수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지분 희석을 염려한 개발사들이 지분 투자 대신 계약금을 받고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경쟁이 심화되고 고정비용이 증가하면서 지분을 일부 내주고라도 자금 확보에 나서려는 게임사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다보니 자본력과 유통망을 확보한 퍼블리셔들은 우수한 게임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난에 허덕이는 게임사를 찾아나서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개발기간에 대한 부담 없이 양질의 게임과 개발자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세븐나이츠', '블레이드' 등의 흥행을 지켜본 퍼블리셔들은 고품질 미드코어 게임 개발 역량을 갖춘 개발사들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 넷마블·네시삼십삼분 등 퍼블리셔 지분 투자 나서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우 온라인과 달리 게임의 수명이 짧고 지속적으로 신작을 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수한 개발 계열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퍼블리셔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지분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퍼블리셔로는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인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가 꼽힌다. 앞서 2013년 '다함께차차차'를 개발한 턴온게임즈와 '모두의마블'로 유명한 엔투플레이의 지분을 확보한 이 회사는 최근 '세븐나이츠' 개발사인 넥서스게임즈까지 수백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넷마블게임즈는 중국 텐센트로부터 유치한 투자금 5천300억 원을 기반으로 추가적인 개발사 인수에도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권영식 넷마블게임즈 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최근 마무리 단계에 있는 증손자법이 완전히 해소되면 크고 작은 게임사에 대한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활', '블레이드'의 연이은 성공으로 주목받는 모바일게임 퍼블리셔 네시삼십삼분(대표 양귀성, 소태환)도 개발사에 대한 지분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상반기 모바일게임 시장을 달군 흥행작 '블레이드' 개발사 액션스퀘어 지분 대부분은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의 소유다. 네시삼십삼분은 오는 18일 출시를 앞둔 '영웅 for kakao' 개발사 썸에이지(대표 백승훈)에 대한 지분 투자도 최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컴투스(대표 송병준)도 최근 출시한 모바일게임 '소울시커'를 개발한 클레게임즈에 지분 일부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자 투자와 글로벌 흥행 등으로 자금력을 확보한 이들 메이저 퍼블리셔는 향후 한층 치열한 인수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업계는 자금력을 지닌 퍼블리셔에게 중소 개발사가 종속되는 현상이 온라인게임에 이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기업들의 출시 전략도 수십종의 모바일게임 중 한두 개의 성공을 노리는 '다작' 전략에서 양질의 소수 게임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대작' 전략으로 변화하면서 퍼블리셔와 실력 있는 개발사와의 관계 형성이 한층 중요해진 탓이다. 지분 투자는 해당 개발사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도 작용한다.

한 모바일게임사 대표는 "늘어나는 개발비 충당을 원하는 개발사와 이들 개발사에 사전에 '족쇄'(지분)를 채우려는 퍼블리셔간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이같은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퍼블리셔와 지분 관계가 얽힌 중소 개발사들이 운집하며 마치 자석이 쇳가루를 끌어들이듯 하나의 군(群)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수많은 군소 개발사들이 우후죽순 난립하던 2012년 말과 비교해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대형 퍼블리셔를 중심으로 계열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 인수전 한층 치열…우려도 많아

그러나 대형 퍼블리셔들의 이같은 지분 유치 시도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분 희석에 대한 두려움과 독자적인 개발 환경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한 대형 퍼블리셔와 미팅을 진행했다는 한 모바일게임사 관계자는 "첫 미팅 때부터 지분 인수를 염두에 둔 퍼블리싱 여부를 타진하더라"며 "지분 상당수를 넘기면 고유한 개발 공정에 영향 받을까 싶어 회사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며 고충을 전했다.

지분 취득에 따른 우위를 점한 퍼블리셔가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향후 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는 점도 개발사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개발 과정에 필요한 노고는 개발사가 지고 그 과실은 퍼블리셔가 독차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게임산업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퍼블리셔와 개발사 중 어느 한 쪽이 종속되지 않은 대등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중앙대 교수)은 "일부 퍼블리셔의 경우 개발비를 계약금 형태로 걸어놓고 개발사 게임을 검수한 뒤 자체 기준에 미달하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금력이 없는 개발사는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어 어쩔 수 없이 퍼블리셔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 마련"이라며 "이것은 일종의 불공정 거래로, 자칫 정부가 개입할 여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게임산업을 위협하는 위기 신호로 봐야 한다"며 "퍼블리셔와 개발사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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