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금요일에 야근을 한 서울에 사는 직장인 손씨(33)가 다음날 눈을 뜬 시간은 오전 11시. 고등학교 단짝 친구의 결혼식 시간에 맞춰 대구까지 내려가기에 너무 늦었다. 미안한 마음에 축의금이라도 제때 보내야겠지만 친구의 계좌번호를 묻기엔 민망하다. 이때 떠오른 것이 모바일 지갑. 손씨는 친구의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앉은 자리에서 축의금을 보냈다.
은행, 카드사의 고유영역이었던 금융결제 시장에 IT기업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결제와 송금이 간편해지고 있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만 알면 스마트폰에서 송금을 할 수 있고, 공인인증서 없이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시장 경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것은 카카오의 소액 송금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 출시 계획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시중 15개 내외의 은행과 손잡고 선보일 뱅크월렛 카카오는 금융결제원이 선보였던 모바일결제 서비스 '뱅크월렛'을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사용자들과 연동한 모델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되는 서비스라기 보다, 그동안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뱅크월렛이 '국민메신저'라고 불리는 카카오톡 사용자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개념이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별도의 앱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사용자가 앱을 설치한 후 입력한 은행계좌는 가상계좌로 연결되고, 가상계좌에 충전된 금액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상계좌에 충전할 수 있는 금액 상한은 50만원이며 하루 최대 10만원을 송금할 수 있다.
최초 인증에만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며 이후 송금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카카오톡 친구의 아이디다. 보낼 사람에 카카오톡 친구 아이디를 입력하고 송금액을 입력하면 상대방의 가상계좌로 돈이 바로 입금되는 개념이다. 카카오톡 사용자는 3천700만명. 시장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이들 모두가 뱅크월렛 카카오의 잠재이용자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역시 3천300만명의 회원을 가진 모바일메신저 '밴드'에 소액송금 서비스를 연동했다. 소모임이 중심의 밴드가 도입한 소액송금 서비스는 회비 걷기 등의 목적으로 이용될 전망이다.
네이버가 이용한 것은 휴대폰 번호 기반 결제기업 '옐로페이'의 서비스다. 옐로페이는 인터파크의 신사업 부서로 출발해 분사한 회사로 스마트폰 인증을 거쳐 대금 이체를 중계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옐로페이의 모바일결제 시스템이 주로 이용되는 곳은 인터파크, AK몰, G마켓 등이다. 상품을 구매한 뒤 결제방식을 옐로페이로 선택하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걸려와 인증이 이뤄지고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걸려온 전화에 설정해둔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본인의 계좌에서 출금이 된다.
개인간 소액 송금 역시 가능하다. 상대방이 옐로페이 사용자가 아니라도 상대방의 휴대폰 번호와 송금액을 입력하면 연동해놓은 본인의 계좌에서 송금이 된다. 1회 송금 최대액은 30만원이며, 하루에 송금할 수 있는 상한액도 30만원이다. 예를 들어 오늘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기념해 한번에 30만원을 보냈다면, 이날 하루동안 추가 송금은 불가능하다.
지난 3월 벤처 비바리퍼블리카도 모바일 간편 계좌이체 서비스 '토스(Toss)'를 출시하고 모바일결제 시장에 뛰어든 상태. 토스는 상대방의 계좌 혹은 전화번호를 이용한 송금을 지원한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입력한 계좌로 입금이 되고, 받을 사람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상대방이 직접 입금 받을 계좌번호를 모바일 웹에서 입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업계 관계자는 "뱅크월렛 카카오가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모바일결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사업자들은 보안에 신경 써 안전성을 담보한다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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