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느낀 CJ, 긴급 비상대책회의 열어

[장유미기자] 항소심에서 이재현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크게 낙담한 CJ그룹이 조직 다잡기에 나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CJ는 이 회장이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지난 12일 저녁 그룹 본사에서 이채욱 CJ 부회장 주재로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조직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지주사 임원과 계열사 CEO들이 참석했다.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총수 부재 장기화에 따른 조직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CEO들이 현장에서 잘 대처해주길 바란다"며 "지혜를 모아 현 상황을 잘 대처하고 무엇보다 본업인 경영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지주사 임원들은 주말에도 대부분 정상 출근해 경영차질 장기화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또 이번 일로 그룹 내에서는 자칫 성장동력을 잃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일단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이 책임 경영하고 그룹의 주요 현안은 그룹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면서도 "총수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함에 따라 경영차질을 넘어 본격적인 침체 상황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CJ는 작년 7월 이 회장이 구속된 직후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경영위원회를 꾸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회의를 하며 그룹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총수의 판단이 필요한 신규투자 계획이나 해외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사업 확대 방안은 보류한 상태다.

또 올해 상반기에만 투자 중단 또는 보류된 것만 4천8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CJ가 계획했던 투자액 1조3천억 원 중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CJ대한통운이 올 1월 충청지역 물류터미널 투자 2천억 원을 보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집행유예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재판 결과에 대한 충격이 작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지만 위기를 슬기롭게 해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