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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 실종? 보안업계 위기인가 기회인가


커지는 보안업계 자성의 목소리 "혁신 시급"

[김국배기자] 침체에 빠진 국내 보안업계에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 혁신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내부로부터 나온다.

그동안 정보보안업계는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에 따르면 국내 정보보호산업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5.2%씩 성장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보안업계는 최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자 자성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임종인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산학 정보보호 활성화 포럼에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새로운 환경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신 기술 개발과 확보가 필요하다"며 보안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실종된 '혁신 DNA'…정부만 바라봐선 안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보안업계의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보안 투자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줄 알았던 보안 사고들은 오히려 보안업계를 위협하는 신호탄이 됐다. 기업들은 보안 투자를 멈췄고 보안시장은 냉랭한 기운이 감돈다. 한국 기업 중 IT 예산의 5% 이상을 투자하는 비중은 고작 3%다.

그뿐 아니다. 해외 보안업체들은 '지능형(Intelligence) 정보보안'과 마케팅을 앞세워 그간 공들여 쌓아올린 국내 보안업체들의 아성을 흔들려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파이가 커진다한들 이대로라면 그 수혜는 글로벌 보안기업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까지 흘러나온다.

이런 상황을 두고 보안업계에는 국내 공공사업에 안주하며 기술 혁신에 소홀한 결과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고 결국 위기를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렵다고 정부에만 기댈 게 아니라 스스로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최근의 분위기다.

지금까지 보안시장은 주로 '법 준수(compliance)'에 의해 만들어졌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 민간 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이를 따랐고 이 과정에서 보안 투자 수요가 생겨났다. 이같은 작동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기술 개발은 뒷전처럼 비쳐졌다. 어느 한 보안 솔루션이 부상하면 너도나도 비슷한 제품들을 내놓기 바빴다. 최근 주목받는 시큐어코딩 시장만 해도 관련 기업이 10여 개로 급격히 늘면서 벌써부터 과열 조짐이 인다. 이 시장은 올 1월부터 20억원 이상 공공정보화 사업에서 의무화되면서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분야다.

실제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2013년 산업기술수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안 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과 약 1.6년의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암호 기술, 융합보안의 경우 1.8년이다.

물론 보안업계에도 속사정은 있다. 보안 수요자가 기술이 아닌 가격 경쟁을 유도하고 제값을 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가 꾸준히 유지관리요율 현실화를 요구하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이 기술개발에 투자하려면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하다"며 "유지관리 수입은 R&D 투자를 결정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한국 보안업체가 나아갈 방향은?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최근 보안업계에는 '글로벌 강소기업'이 나타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덩치만 키우려 할 게 아니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으로 '틈새 솔루션'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여전히 국내 보안기업들의 수출은 일본에 집중돼있다. 국가별 수출현황을 보면 일본이 70.4%로 가장 높고 미국은 5.1%, 유럽은 2.3%, 중국은 7.0% 정도다. 업계는 국내 보안기업의 국제시장 경쟁력을 75% 수준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KT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인 신수정 전무는 포럼에서 "한국 회사들이 꼭 종합·융합 보안을 지향하기보다는 '틈새 솔루션'을 통해 (국내에만 머물 게 아니라) 세계로 나가는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융합보안은 10, 20년 뒤의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보안업계의 카카오톡을 만드는 게 우리의 꿈일 것"이라며 "글로벌화될 핵심기술을 갖고 있지 않으면 시장이 커지더라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안업계는 오히려 지금이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생존을 위한 치열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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