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세계 최대 가전 업체 제너럴 일렉트릭(GE)이 결국 가전사업 재매각에 나선다.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 매각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통상 백색가전은 규모에 비해 낮은 수익률의 제품군으로 꼽힌다. 삼성과 LG전자가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선진시장 공세을 높이고 있는 이유다.
GE가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 입지를 잃고 중저가 모델에 집중해 온 것도 이같은 매각 판단에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타 시장과 같이 1등 업체만 수익을 내는 구조로 시장이 변화하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매물로 나온 GE 가전사업의 인수 대상자로 삼성과 LG를 꼽고 있지만 이같은 이유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보다 브랜드력이 취약한 중국업체에 인수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GE 경영진이 소비재 부문 중 마지막 남은 가전 사업의 구매자를 물색중이라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GE 이사회는 다음주 모임을 갖고 가전 부문 매각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최근 5년간 GE 사업부별 실적
GE의 가전사업 재매각 추진은 이미 어느정도 예고됐던 대목. 제프 이멜트 GE 회장은 앞서도 투자자들에게 올해 가전 부문을 포함한 비핵심 사업을 40억달러 상당에 매각, 성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GE는 지난 2008년에도 냉장고와 에어콘, 세탁기 등을 만드는 백색 가전 부문의 매각을 검토한바 있다. GE가 가전 사업에서 여전히 수익을 내면서도 재매각에 나선 것은 마진이 낮고 인건비 등 비용 부담도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GE 가전과 조명 부문 영업 이익은 지난해 3억8천100만달러로 전체 영업 이익의 2%에 불과하며, 매출은 83억달러로 총 매출액 비중이 6%에 그쳤다.
◆한때 명품가전 명가…삼성·LG 밀려 입지 '흔들'
GE 냉장고는 한때 전세계 명품가전 1위로 꼽힐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텃밭인 미국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밀려 기반이 크게 약해 진데다 중저가 시장은 저가업체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도어 냉장고나 드럼세탁기가 북미시장에서 고성장을 거듭하며 GE 입지가 크게 취약해 졌다는 평가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은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등 경쟁구도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하이얼 등 저가업체 공세가 거세지면서 결국 승산이 없다 판단, 재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통의 GE가 수익성 문제로 포기한 백색가전 시장은 삼성과 LG전자가 여전히 2015년 세계 1위를 목표로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스마트폰 등과 같이 선두 업체 몇개만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시장 대응에 실기한 옛 1위 업체 노키아나 소니가 휴대폰과 TV등 사업에서 손을 떼거나 분사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 소니 등 사례에서 보듯 시장과 기술이 급변하면서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1등업체도 퇴출 될 수 있는, 이른바 '대마불사'의 법칙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기업들도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핵심사업마저 매각하는, 냉정한 게임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GE 가전사업이 다시 매물로 등장하면서 인수 대상 업체도 관심사.
중국 하이얼 그룹과 GE의 멕시코 협력사인 콘트롤라도라 마베와 함께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잠재적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식 입장을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양사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과 LG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GE 가전사업 인수에 따른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보다는 중저가 모델로 브랜드 강화가 필요한 중국 업체가 유력 인수대상자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밀레라면 모를까 GE 인수에 따른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중국 하이얼이나 메이디(MIDEA) 등 미국 저가 시장에 집중해온 업체가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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