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새누리당이 위기에 처한 당을 살리기 위해 '혁신'을 기치로 내세운 가운데 여권의 핵심이 박근혜 대통령의 힘을 빼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새누리당 혁신을 목표로 출범한 '새누리당을 바꾸는 혁신위원회'(세바위)는 1일 첫 회의를 열고 당내에 상설인사검증위원회를 설치해 주요 당직자에 대한 인사검증 시스템 도입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향후 운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준석 혁신위원장은 이날 "장관 후보자들에게 제시하는 도덕적 기준을 입법부에서는 얼마나 맞출수 있나"라며 "새누리당의 개혁을 요구하기 위해 사무총장과 대변인 등 주요 당직에 대해 동일한 잣대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세바위'는 향후 박근혜 대통령과 일정 정도 선을 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새누리당의 위기는 청와대에도 그 책임이 있다"며 "박근혜 키즈도 박근혜 없이 홀로 서야 하는 것이고 새누리당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위원장은 이날 2012년에서 인사의 윤리적 기준과 경제민주화, 복지 정책들이 퇴보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냥 2012년 수준으로만 되돌릴 수 있어도 상당 수준의 개혁성을 확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세바위'의 혁신은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추진한 수준인데, 당시 마련한 개혁안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사실상 백지화됐다. 실패한 혁신안을 재추진하기 위한 명분으로 '세바위'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차기 당권주자 중에서도 '탈박'은 눈에 띈다. 유력한 차기 새누리당 당권주자인 김무성 의원도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미래로 포럼' 초청의 강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독선에 빠진 권력이라고 규정하지는 않겠지만 일부 그런 기미가 있다"며 "집권 여당의 당 대표가 대통령을 제대로 만나는 모습을 본 적 있나"고 비판했다.
이같은 새누리당의 '탈 朴' 현상은 정권 초반에서 이뤄지는 일이어서 이례적이다.
그동안 집권 여당의 대통령과의 선 긋기는 정권 말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 벌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기존에는 여당이 대통령과의 선긋기에 나서면, 이것이 다시 대통령의 레임덕을 불렀다.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낙마로 심화된 인사 문제는 박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켰지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홍원 총리 유임이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지않는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고, 내각에서도 김명수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연구 윤리 문제가 갈수록 커지면서 여권에서도 김 후보자 낙마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집권 초반부터 이뤄지는 집권 여당의 대통령과의 선 긋기는 인사 문제로 불거진 박 대통령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커 청와대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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