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지금은 누구나 당연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터넷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대학교 및 일부 연구기관에서 연구 정보 교류와 교육용 학술망으로 사용했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의 일상이 된 인터넷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처음 사용된 것은 1982년 5월. 서울대와 경북 구미에 위치한 한국전자기술연구소가 TCP/IP 네트워크로 연결돼 이메일을 전송한 것이 시초다.
비로소 일반인들이 인터넷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보다 10년이 넘게 지난 1994년 6월20일이다. 한국통신(현 KT)은 국가기간통신망을 뜻하는 최초의 인터넷 상용서비스 '코넷(KORNET· 'KOrea-telecom interNET')'을 내놓고 전자우편, 파일전송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다.
인터넷이 상용화됐지만 코넷의 최대 지원 속도는 9.6Kbps로 현재 인터넷 평균 속도 100Mbps의 1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월 사용료는 4만원 가량이었다. 코넷이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것 역시 서울 대전, 포항 지역에 한정됐고 당시 KT의 인터넷 운용인력은 10명에 불과했다.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길남 박사는 지난 19일 '대한민국 인터넷 상용화 20주년과 기가 시대'라는 주제의 특별 포럼에서 "정부에서 1983년에 인터넷 개발을 시작했는데 KT가 운영비를 지원했다"며 "1992년 인터넷을 24시간 제대로 운용하기에는 카이스트보다 KT가 낫다고 생각해 그때부터 KT가 상용화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코넷 등장 이후 그해 10월과 11월 데이콤은 '보라넷', 아이네트기술은 '누리넷'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상용서비스를 출시하며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모두 모뎀을 통해 원격으로 접속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천리안 등 PC통신이 등장하며 눈길을 모았지만, 글자를 전송하는데 그치는 수준으로 사진 한 장을 전송받을 때 한줄씩 나타나던 시기가 이때다.
당시 인터넷을 쓴 경험이 있는 관계자는 "여자 모델 사진을 다운받아 보려다 기다리다 지쳐 목까지만 보고 넘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이를 기반으로 1997년엔 국내 인터넷 포털의 시초로 불리는 '심마니'가 나오고, 1997년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무료 웹메일인 한메일넷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인터넷의 마법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 사용화...KT '메가패스' 등장
비로소 인터넷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이 상용화되면서부터다. 초고속망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케이블 인터넷과 ADSL으로 나뉘었다.
1998년 6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한 두루넷은 케이블TV망을 활용했다. 6개월 뒤인 1999년 4월 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은 기존의 전화선을 이용한 케이블모뎀방식과 광통신망을 이용한 ADSL 서비스를 상용화하며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들어왔다.
이후 1999년 6월 KT가 ISDN방식을 버리고 ADSL시장에 들어오면서 초고속 서비스가 본격화됐다.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회선'이란 의미의 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은 기존 가입자 회선인 구리선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초고속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즉, 일반 전화와 데이터 통신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대칭'이란 통신사업자가 보내는 데이터 속도(하향 채널)보다 가입자에게 보내는 데이터 속도(상향)이 달라서 붙여진 이름으로, 상향채널보다 하향채널의 고속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조명받았다. 상향은 최대 800Kbps, 하향은 최대 8M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ADSL보다 덜 주목받았던 케이블 인터넷은 전화망 다음으로 많이 깔려있는 케이블TV망을 컴퓨터 통신에 이용한 것을 말한다. 셋톱 박스를 설치하면 TV시청을 할 수도 있으며 최대 속도는 10Mbps였으나 내가 사는 곳의 인터넷 사업자 현황을 살펴봐야 했다.
은색의 쫄쫄이를 입고 빠른 속도로 뛰는 남자가 등장하던 한국통신의 '메가패스(Megapass)' 광고가 방송되던 때가 이 즈음이다.
'대용량(Mega)의 정보를 더 빠르게(pass)'라는 의미의 메가패스는 KT가 2000년 5월 출시한 초고속 인터넷 통합 브랜드로 초고속 인터넷 접속을 위해 한국통신이 구축한 ADSL, B&A(빌딩과 아파트), 위성인터넷 등의 서비스를 아우르는 통합 브랜드였다.
여기서 말하는 B&A는 아파트, 오피스텔, 빌딩과 같은 대형 건물의 구내전화선에 초고속 인터넷 단말장비를 설치한 서비스로 기존 전화선으로 전화와 인터넷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었다. 2000년 당시 월 이용료는 2만8천원이었다.
위성인터넷은 정보량이 적은 상향은 전화망 또는 전용선을 이용하고, 정보량이 많은 하향은 위성을 이용하는 것으로 최대 1Mbps를 즐길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한국통신은 2000년 9월 국내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싸이월드'가 등장한 것이 2000년이다.
이후에도 KT는 ADSL의 3배인 최대 20Mbps의 속도를 내는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ery high bit rate DSL)를 개발해 2002년 상용화했다. 이후 정보통신부는 2005년까지 신축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랜을 ADSL 방식이 아닌 VDSL로 교체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의 초고속 인터넷인 FTTH(Fiber To The Home·가정용 광가입자망)은 VDSL의 5배인 100Mbps를 내는 기술로, KT지사에서 각 가정까지 광케이블로 연결한 기술을 말한다. KT는 이를 2006년에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기술진화 덕분에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률은 2003년 66%에서 2013년 82%까지 올라갔다. 이 중에서 10~30대 인터넷 이용률은 99%에 달한다.
◆인터넷 상용화 20년만에 '기가급 인터넷' 등장 예정
올해 하반기에는 현재 초고속 인터넷 평균 속도 100Mbps보다 10배 빠른 1Gbps(1천Mbps)의 속도를 느낄 수 있을 전망이다.
KT는 올해 하반기에 기존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을 본격 제공한다. 1GB 영화 한 편을 다운할 때 걸리는 시간이 1분40초에서 10초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또한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으로 3년 동안 4조5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 KT는 2013년 12월 강남 지역 주요 21개 아파트단지에 기존 유선인터넷을 1Gbps급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대용량 인터넷 장비를 구축하고 기가인터넷 시범 서비스를 개시한 바 있다.
이외에 광대역 LTE에 기가 와이파이를 결합한 이종망 중합기술 및 기존의 구리선을 그대로 활용해 기존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초고속 전송기술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KT 오성목 네트워크 부문장은 "KT는 무선 액세스 속도를 현재의 300Mbps에서 1천Mbps(1Gbps)로 올리고, 유선 액세스 속도는 10% 기가화 할 것"이라며 "인터넷 트래픽이 오가는 코어 백본을 현재의 8.8Tbps에서 20.4Tbps로 증가시켜 초고화질(UHD)급 미디어 콘텐츠를 1G급 유무선망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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