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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경험이냐, 빅데이터 분석이냐"


SAP 도움 받은 빅데이터 팀 독일, 첫 판 멋지게 승리

[김익현기자] ‘전차군단’ 독일이 ‘호날두와 아홉 난장이’가 버틴 포르투갈을 완파했다. 펠레가 우승 후보로 꼽았던 독일은 첫 게임부터 전차군단의 위력을 과시하면서 ‘펠레의 저주’를 이겨냈다.

독일은 17일 오전 1시(한국 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아레나 폰치 노바에서 열린 2014 FIFA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4대 0으로 완파했다.

우승 후보 간의 초반 맞대결이란 점 외에도 이번 경기가 관심을 끈 이유는 또 있다. 독일은 월드컵 참가팀 중 빅데이터로 무장한 대표적인 팀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열기를 더해 가면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훈련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감독의 경험’과 ‘빅데이터’ 중 어떤 쪽이 더 강한 위세를 떨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AP, 선수 움직임-유형 빅데이터로 실시간 분석

독일은 대회 개막 전부터 빅 데이터를 활용한 대표적인 팀으로 꼽혔다. 독일축구연맹(DFB)은 월드컵을 앞두고 자국 대표 IT기업인 SAP에 도움을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SAP는 ‘매치 인사이트’란 소프트웨어를 독일 대표팀을 위해 특별 제작했다. 매치 인사이트는 SAP HANA 플랫폼에서 구동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독일 선수들은 훈련이나 경기를 할 때 무릎과 어깨 등에 센서를 부착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뒤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경기에 활용한다.

이를테면 어떤 선수가 미드필드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지, 또 전후나 좌우 움직임에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는 누구인지를 세밀하게 분석하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방 공격수들이 어떤 지점에서 오른발 슛에 강점이 있는지, 혹은 왼발 슛에 강점이 있는지 등도 파악하게 된다.

경기 중에도 빅데이터가 적극 활용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열린 독일과 이탈리아 간의 평가전 당시 SAP의 매치 인사이트를 직접 활용했다.

당시 경기장에 설치된 네 대의 카메라를 통해 매 10초마다 동영상 이미지를 수집했다. 코치들은 SAP HANA의 도움을 받아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뒤 곧바로 선수들에게 피드백을 줬다.

훈련과 연습 경기 때 축적된 데이터와 경기장에서 실시간 수집한 데이터는 선수를 교체할 때도 좋은 자료가 된다. 상대팀 선수 특성에 따라 가장 적합한 선수들 위주로 출전 선수 명단을 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의의 부상 때문에 전술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수를 교체해야 할 경우엔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주전 선수와 움직임이 가장 비슷한 선수로 바꿔주게 된다.

◆코너킥 어떻게 차는 게 유용한 지도 빅데이터로 분석

스포츠에 빅데이터가 활용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선 오래 전부터 빅데이터가 화제가 됐다.

특히 머니볼’로 유명한 오클랜드가 대표적인 빅데이터 활용팀으로 꼽힌다. 최근엔 ‘그들은 어떻게 뉴욕 양키스를 이겼을까’란 책을 통해 탬파베이 팀의 빅데이터 전략이 소개되기도 했다.

올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인 맨체스터 시티 역시 축구계에선 빅데이터 대표 주자다. 지난 해 리그 3위에 머물렀던 맨체스터 시티는 올해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한 것인 빅데이터 때문만은 아니다. 아랍 에미리트 석유재벌인 만수르가 구단주로 취임한 뒤 다비드 실바를 비롯한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술 면에선 빅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보자. 맨체스터 시티는 리그 경기 당시 코너킥은 가급적 골문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킥을 활용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바깥으로 휘는 킥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물론 빅데이터 분석 산물이다.

덕분에 맨체스터 시티는 프리미어 리그 팀 중 코너킥이나 프리킥 찬스에서 가장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다.

◆감독 경험과 빅데이터 중 어느 쪽이 위력 발휘할까?

물론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스포츠 경기엔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뛰어난 데이터 분석 기법으로 무장하더라도 실제 경기에선 의외의 변수가 너무나 많이 등장한다.

게다가 데이터에는 정보 뿐 아니라 소음도 적지 않다. 특히 스포츠 같은 상대성이 강한 이벤트에선 ‘빅데이터 분석’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대표적인 빅데이터 구단으로 꼽히는 오클랜드나 탬파베이가 단기전에선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사정은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일이 프로투갈을 완파한 것이 빅데이터 때문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첫 경기에서 완패했던 포르투갈 역시 경기가 진행되면서 멋지게 살아날 수도 있다.

세계 최고 축구 선수들의 경연장인 2014 브라질 월드컵. 과연 감독의 경험이 이길까? 아니면 빅데이터 분석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할까?

지금 당장은 이 질문에 대해 딱 부러진 대답을 내놓는 건 힘들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끝나면 빅 데이터와 전통적인 관리 방법 중 어느 쪽이 더 위력을 떨쳤는 지 개략적인 정리는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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