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밤에는 보조금 뿌리고, 오전에는 웃으며 악수하고, 오후에는 규제당국의 호출을 받는다.'
낮과 밤이 다른 이동통신사들의 두 얼굴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0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 대외협력(CR) 담당 임원들이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실에 모였다. 이날 이통3사는 10개 소비자단체가 협약을 맺고 통신소비자 권리 증진을 위해 단말기 보조금 위주의 마케팅에서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통한 공정한 마케팅 활동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행사가 시작되기 전 불과 10시간전인 10일 새벽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5, G3, 베가아이언2, 아이폰5S 등에 80만~100만원 가량의 불법 보조금을 뿌리며 가입자 확보전을 펼쳤던 이들이 낮이 되자 서로 웃으며 '공정경쟁을 하자고 악수를 한 셈이다.
웃음을 지으며 공정경쟁을 약속한 이통3사는 같은날 오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방통위는 지난 밤에 있었던 불법 보조금 투입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이통3사 관계자들을 불렀다. 3사 실무자급 직원들은 11일 오전 방통위에 불려가 보조금 투입 여부와 투입 이유에 대해 해명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조금이 과도하게 뿌려졌다는 것이 확인돼 이통3사에 사실관계 확인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의 낮과 밤이 다른 모습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이통사들은 '치고빠지기식' 보조금을 투입하고 사실이 드러나면 '근절하겠다', '요금 및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하겠다', '우리도 제발 보조금 경쟁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지난 3월 SK텔레콤 윤원영 마케팅부문장, KT 임헌문 커스터머부문장, LG유플러스 황현식 MS본부장은 보조금 근절 및 이동통신 안정화 방안을 공동 발표하고 향후 공정한 경쟁을 다짐하는 '공정경쟁 서약'을 맺은 바 있다.
이들은 "회사의 명예를 걸고 보조금을 근절하겠다. 향후 불법행위를 할 경우 모든 법적 책임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서약은 결과적으로 '쇼'에 불과했다. 지난 5월말 이통3사의 순차적 영업정지가 끝나자마자 바로 수십만원의 불법 보조금이 지급됐다. 지난 10일에도 일부에선 '대란' 수준의 보조금이 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보조금을 쓰지 말라거나 시장을 안정화시키라는 경고가 무의미해지고 있다"며 "사실여부 확인이 끝나는 대로 법적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해 강력한 제재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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