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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잘나가니' 통신사들 군침 흘리네


통신 자회사들의 시장진입, 3사 고착화 연장선 우려

[강호성, 허준기자] '잘못 끼운 첫 단추'로 인해 알뜰폰(MVNO) 사업의 긍정적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통신사의 자회사까지 시장진입을 허용하면서 통신 3사 모두 자회사를 동원해 알뜰폰 시장을 기웃거리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통신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면 결국 통신3사가 저가 시장과 고가 프리미엄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3사 고착화'의 연장선이어서, 알뜰폰 성과를 퇴색시킬 수 있다.

지난 1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등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진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KT까지 진출 시도하면 알뜰폰 시장의 취지와 의미가 근본적으로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사무처장은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와 함께 이동통신 3사가 알뜰폰 영역에서 근본적으로 손을 뗄 것을 촉구하고 이 이슈에 대해 강력하게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되는데 우린 왜 안 돼?

알뜰폰 업계에 통신 자회사 진출 논란이 새삼스럽게 벌어지는 것은 LG유플러스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 진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LTE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며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SK텔레콤도 SK텔링크를 통해 시장에 진입했는데, 우리가 무슨 문제가 될 것이냐"며 "허가가 나고 사업을 하면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서울전파관리소에 알뜰폰 사업 신청서를 내고 등록절차를 밟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 진출을 자신하는 것은 정부가 지난 2011년 SK그룹의 SK텔링크에 허가를 내 준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통신 자회사라는 이유로 사업허가를 안내줄 이유는 없다"며 알뜰폰 시장진입을 허가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상임위원들은 SK텔레콤의 자회사에 알뜰폰 허가를 내 주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고민을 한 바 있다.

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에 알뜰폰용 회선을 의무적으로 할인판매(도매판매)하도록 한 것은 대기업이라고해서 알뜰폰 사업을 하지 말라는 의미도 아니었지만, 통신 자회사가 이를 사들여 다른 사업자들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회를 줄이고 소매로 판매하라는 취지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임위원들은 알뜰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장 진입을 허용했다. 그 결과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해 진입을 막을 수단이 마땅찮아진 셈이다.

지난 2012년부터 알뜰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SK텔링크는 현재 30만명이 넘는 알뜰폰 가입자를 확보하며 CJ헬로비전에 이어 알뜰폰 업계 2위를 달리고 있다.

◆알뜰폰협회 "지배력전이로 시장왜곡 우려"

실제로 통신시장을 보면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사의 자회사들이 알뜰폰 시장진입을 우려할 만하다.

지금의 통신시장은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사의 과점이 유지되면서 불법 보조금싸움만 벌어질뿐 서비스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통신사들의 자회사가 진입한다면 3사의 시장지배력 전이에 따른 시장왜곡(알뜰폰의 가입자 증가가 아니라 실제로는 3사의 가입자 유지)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 2013년말 현재 28개 알뜰폰 사업자에 누적가입자가 248만명으로 1개 알뜰폰 사업자의 평균 가입자수는 8만8천500명에 불과한 점은, 알뜰폰 시장에서도 통신 자회사 가입자와 일반 영세사업자의 양극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뿐만 아니라 통신사업자들은 알뜰폰 시장에서도 통신 자회사가 주도적 사업자로 자리하고, 이 시장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알뜰폰의 근본취지인 요금인하경쟁보다 통신사의 점유율 방어수단 및 규제회피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지금의 경쟁체제에서도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고 요금인하를 할 수 있는데도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사업에 나서겠다는 의도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하고 "장기적으로 실질적인 알뜰폰 사업자들이 고사하고, 생태계가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진입과 차원 달라"

현재 LG유플러스는 공식적으로 알뜰폰 시장 진입추진 사실을 밝힌 상태이다. KT는 올해 초 검토한 바 있으나, 공식적으로 진입여부를 밝힌 바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시장에 진입한다면 KT 역시 시장진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미 사업을 진행중인 SK텔링크마저 시장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텔링크가 알뜰통신사업자협회 소속 이사회사임에도 "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정책당국인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진입에 대해 '대기업도 진입허용'이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2011년 SK텔링크의 허가를 정책실패로 인정하기 어려운 정책당국의 속성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미래부 관계자는 "알뜰폰 사업은 중소기업 시장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저렴한 통신요금을 제공할 수 있다면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 취지"라며 "다만 그동안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온 기존 알뜰폰 사업자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기에 이통사 자회사와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기 위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SK텔링크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허용하며 계열사 유통망을 활용한 영업 금지, 도매대가 차별 금지, 점유율 규제 등의 제한 조건을 명시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제한 조건을 달아 승인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통신학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진입까지 막을 필요는 없겠지만, 통신 3사의 자회사 진입을 허용한다면 알뜰폰 시장도 기존 과점체제의 연장선이 되는 것"이라며 "통신 자회사의 허용에 대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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