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모바일 쇼핑 DB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이버가 최근 인터파크마저 모바일 지식쇼핑에서 빠지자 한숨 짓고 있다. 모바일 검색 DB 강화에 나서겠다는 네이버로서는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된 셈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파크는 지난 1일부터 네이버 모바일 지식쇼핑에 자사 상품 데이터베이스(DB)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수수료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네이버 모바일 지식쇼핑에서 상품 DB를 삭제했다"며 "여러 가지를 따져봤을 때 수수료를 지불한 것에 비해 입점 효과도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수수료 지불 금액만큼의 비용을 자사 모바일 앱에 투자하면 더 직접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고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려 한다"면서 "네이버 재입점 논의는 하겠지만 언제 다시 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과 옥션, SK플래닛의 11번가, 인터파크 등 오픈마켓 업체들은 지난해 6월 네이버의 모바일 플랫폼 제휴 수수료 부과 정책에 반발, 상품 DB를 전면 철수한 바 있다. 네이버는 당시 이들 업체에게 모바일 판매 수수료를 웹(PC)과 마찬가지로 2% 안팎으로 부과하겠다고 통지해 반발을 샀다.
이후 네이버는 데이터 선별 작업을 통해 이들 업체 상품을 지식쇼핑 화면에 노출시키지 않았다. 이로 인해 고객들은 G마켓, 옥션, 11번가, 인터파크 등의 상품 구매를 위해 해당 업체 앱이나 PC 웹에 접속해야만 했다.
이후 인터파크는 지난해 8월 오픈마켓 4사 중 제일 먼저 네이버 모바일 지식쇼핑에 재입점했다. 또 올 초에는 11번가까지 재입점하면서 오픈마켓 업계 전반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인터파크는 재입점 8개월 만에 다시 철수를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매출 구간별로 서로 다른 요율을 적용하는 '슬라이딩 방식' 수수료 산정을 놓고 양사가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네이버 지식쇼핑에 상품 DB를 공급하는 오픈마켓은 현재 11번가 한 곳만 남게 됐다. 11번가는 재입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효과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고객 편의 및 방문자 수 확보 차원에서 네이버 입점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베이코리아는 여전히 재입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모바일 앱 사용자의 편의성을 강화하는 데 더 주력할 계획이다.
◆웹 검색 강자 '네이버'…모바일서 '빨간불'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자 네이버는 모바일 쇼핑 DB 확보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네이버는 지난 2011년 이베이코리아가 수수료에 불만을 품고 웹에서 철수했을 당시에도 쇼핑 DB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후 네이버는 자체 DB 확보를 위한 대책으로 '샵N'을 선보였지만 기존 오픈마켓에 비해 많은 쇼핑 DB를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쇼핑 DB가 다 빠지다 보니 상품 검색이 잘 안돼 고객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DB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샵N을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샵N에 대한 업계의 시각이 곱지 않은 것도 네이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경쟁사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쇼핑검색을 넘어 직접 판매 사업까지 강화하면서 온라인 유통 생태계의 강자로 떠올랐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샵N이 출시된 지 채 2년도 안돼 지난해 거래액 8천500억원을 돌파, 기존 업체 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여 시장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샵N으로 수익을 내려고 했다면 이미 별도의 회사를 차렸을 것"이라며 "판매자와 이용자를 연결해주기 위한 창구 역할을 위해 마련한 것일 뿐 인위적으로 더 키울 생각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우리에게는 많은 상품 DB를 갖고 있는 오픈마켓 업체들이 오히려 '갑(甲)'"이라며 "샵N과 11번가의 쇼핑 DB만 남게 되면서 모바일에서는 오픈마켓이 다 검색되고 있는 다음보다도 검색 영향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샵N이 등장한 후 네이버 지식쇼핑을 통한 상품 검색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식쇼핑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오픈마켓, 종합몰보다 샵N 상품이 상위에 노출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네이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식쇼핑은 샵N을 포함해 특정 쇼핑몰을 임의로 우선 노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작년 공정위가 이 부분을 조사했지만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를 둘러싼 이런 일들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배제된 검색·쇼핑 플랫폼 사업자끼리의 싸움밖에 안된다"며 "판매자와 제휴사, 협력사 간의 이해관계를 먼저 정리하고 소비자의 상품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서로 힘써야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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