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삼성 그룹 계열사인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합병해 연 매출 10조의 거대 회사로 탈바꿈한다.
이로써 삼성 그룹은 기존 소재(제일모직)-부품(삼성SDI)-완제품(삼성전자)의 구도를 '삼성SDI-삼성전자'로 정리하게 됐다.
경영 효율화와 승계 구도 본격화에 따른 계열사 단순화 등의 이유로 지난 1954년 삼성 그룹의 모태기업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제일모직은 6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다만 제일모직 사명은 패션사업을 이관받은 에버랜드에서 사용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31일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이사회를 열고 삼성SDI의 신주 발행을 통해 제일모직 주식과 교환하는 형태의 흡수 합병을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SDI로 결정됐다. 양사는 오는 5월 30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7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번 합병으로 연매출 10조원, 자산규모 15조원 규모의 부품 소재 전문기업을 출범시키게 됐다. 삼성SDI는 "합병 시너지를 통해 오는 2020년에는 매출 29조원 이상의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부품과 소재 전문 기업이 전략적으로 합쳐져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한편 미래 핵심 먹거리로 주목되는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양사 간 합병은 이건희 회장 이후 삼성 그룹을 이끌어나갈 3톱 체제를 공고히 하는 계열 재편작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IT와 금융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을,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이 패션과 미디어를 각각 나눠 담당하는 구도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는 것.
실제로 앞서 제일모직은 지난해 9월 패션사업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양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서현 사장은 연말 인사를 통해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너지가 떨어지는 IT 소재와 패션을 분리한 동시에 제일모직을 전자소재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사업재편의 일환이다.
이번에 제일모직에 남은 소재부문이 삼성SDI로 합쳐지면서, 대주주인 삼성전자는 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됐다.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 20.38%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번 삼성SDI 합병뿐 아니라 향후 사업부문별 계열사 재편 및 지배구조를 명확하게 만드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패션 부문 매각뿐 아니라 삼성SDS와 삼성SNS를 합병시킨 바 있다. 또한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고 삼성생명이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전기가 삼성카드의 지분 전량을 인수한 바 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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