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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는 최태원·이재현 회장, 공백 누가 메우나


21일 주총 등기이사 사퇴… M&A·기술·재무통 '부상'

[박영례, 정기수, 장유미기자] 지난 14일에 이어 21일 SK그룹과 CJ그룹 계열사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일제히 열리면서 또다른 슈퍼 주총데이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SK그룹과 CJ그룹은 총수의 실형 판결로 주요 계열사의 등기이사 사퇴가 예고된 상태.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을 뒤이어 주요 계열 사내이사에 선임, 공백을 메우게 될 경영진이 이번 주총의 또다른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이들은 물러나는 총수를 대신해 이사회를 통해 경영 전반에 관여하는 실세 중의 실세로 주목 받고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와 CJ, 롯데, 두산, 효성 등 주요 그룹 계열 상장사들이 21일 주총을 열고 사내이사 신규 선임 등 주요 안건을 처리하게 된다. 이날 주총이 예정된 상장기업은 유가증권 상장사 339개, 코스닥 321개사 등 총 662개에 달한다.

앞서 지난 14일 삼성과 현대차 그룹 등의 주총이 일제히 치러진 가운데 예상대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 정의선 현대모비스 부회장을 비롯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 됐다

이와 달리 21일 주총은 최태원 SK회장과 이재현 CJ 회장이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러날 예정인 만큼 이들을 잇는 새로운 등기이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올해 임기 만료되는 SK㈜와 SK이노베이션은 물론 임기가 남은 SK하이닉스와 SK C&C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상태. 최 회장은 실형 확정에 따른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SK는 이번 주총에서는 이들 일부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신규 선임한다.

CJ그룹 역시 이번 주총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임원인사를 통해 대표가 바뀌거나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는 곳을 중심으로 사내이사를 신규 선임하게 된다. 특히 이재현 회장이 임기 만료된 일부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물러나면서 사내이사 신규선임을 통해 그 공백을 메울 예정이다.

◆SK, 최 회장 사퇴…임형규부회장·박정호부사장 부상

SK그룹은 지주사격인 SK C&C가 21일 오전 주주총회를 열고 정철길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비롯해 최태원 회장을 뒤잇는 신규선임 건을 처리한다. SK C&C는 SK(주)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고, 최태원 회장이 지분 3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이번 주총에서는 정철길 대표의 재선임과 함께 박정호 부사장과 안희철 경영지원실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 특히 그룹내 M&A 전문가로 꼽히는 박정호 부사장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정호 부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지난 1989년 ㈜선경에 입사한 뒤 현재 SK그룹 내에서 M&A와 국제금융, 신성장사업 발굴 및 육성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990년대 후반 SK텔레콤 전신인 한국이동통신과 이후 신세기통신 인수 프로젝트에 관여했고,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인수에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

SKC&C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회사 성장방향인 글로벌과 비 IT사업 진출에 맞춰 SI 외에 신사업 분야 성장동력 발굴역을 맡아왔다. 이에 따라 박 부사장은 이번 사내이사 선임을 통해 최 회장을 대신해 신규사업 발굴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회장이 각자대표를 맡아왔던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주총을 열고 사퇴하는 최회장에 뒤이어 임형규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ICT기술·성장 총괄 부회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임형규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미국 플로리다대 전자공학 박사를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메모리 개발본부장(부사장),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 기술총괄 사장, 삼성종합기술원장, 신사업팀장(사장) 등을 역임한 전형적인 '테크노 최고경영자'로 꼽힌다.

올 초 SK텔레콤에 영입돼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ICT 기술을 이끄는 총괄역을 맡았고, 이번 사내이사 선임으로 SK텔레콤에 이어 SK그룹 대표 ICT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경영에도 참여하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 미래전략전략총괄을 새로 선임하는 등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시스템 반도체를 육성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시스템LSI사업부를 담당했던 임 부회장의 역할도 커질 전망. 이번 사내이사 선임 역시 ICT 분야를 집중 육성, 그룹 차원의 성장전략으로 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임 부회장이 최 회장에 이어 SK하이닉스의 각자대표를 맡을 지, 또는 박성욱 사장의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될 지도 관심사.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별도의 각자대표 선임계획은 없다"면서도 "대표체제를 어떻게 가져갈지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SK그룹 역시 최 회장 사퇴 이후 이들 계열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 및 그 역할론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얘기다.

SK 관계자는 "임형규 부회장과 박정호 부사장 신규 사내이사 선임은 미래 먹거리 발굴과 계열사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위한 일환으로 이전부터 예정돼 있던 사안"이라며 "최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최태원 회장이 사퇴한 대부분 계열사 등기이사 직에 후임 사내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는 형태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SK(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최 회장 사퇴에 따른 별도의 신규 사내이사 선임건은 없다.

◆CJ, 이재현 회장 뒤 잇는 이채욱부회장·허민회 부사장 주목

같은날 주총이 열리는 CJ그룹 역시 새롭게 CJ(주) 사내이사에 선임되는 이채욱 대표와 함께 이재현 회장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는 CGV, 오쇼핑, E&M 3사 사내이사로 새롭게 이름을 올리게 될 허민회 부사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허민회 부사장은 1986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 CJ제일제당 경리팀, 자금팀을 거쳐 1997년 CJ투자증권 경영리스크팀장, 2002년 CJ헬로비전 경영지원본부장, 경영지원실장, 2011년 CJ푸드빌 운영총괄, 2012년 CJ푸드빌 대표 등을 역임한 그룹내 재무통으로 꼽힌다.

지난해까지 CJ푸드빌 대표를 맡았지만 임기를 다 채우기도 전에 경영총괄 첫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으며, 경영총괄 산하 글로벌팀도 맡고 있다. 그룹경영위원회에서 전반적인 사업 계획을 세우며 실무를 담당하는 중요 위치에 있고, 여러 분야를 두루 거친 뛰어난 현장 감각으로 이채욱 대표를 서포트, 주요사업을 이끌 역량있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CJ 관계자는 "CJ지주사에서 재무, 글로벌, 마케팅, 기획 등 그룹의 전반적인 흐름을 총괄하고 있는 만큼 3개 계열사 사내이사 선임은 예상됐던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허 부사장 외에도 강석회 CJ E&M 대표와 이번에 새로 사내이사에 선임된 신현재 CJ대한통운 대표 등도 그룹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꼽힌다. 또 CJ오쇼핑은 허민회 부사장 외에 이해선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에 오른 변동식 대표, 허훈 경영지원실장 등도 사내이사에 신규선임 된다.

아울러 CJ(주)는 신규 선임되는 이채욱 대표 외에 기존 사내이사인 손경식 회장과 임기가 남아있는 이재현 회장 역시 등기이사직을 유지한다. 이 회장은 현재 CJ(주), CJ대한통운, CJ시스템즈 등에도 등기이사직을 맡고 있으나 이들 계열사에서도 임기 종료 후 재선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CJ 관계자는 "아직 어떻게 할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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