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꺼내 든 전지현이 김수현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이 때 화면에 등장한 것은 네이버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LINE). 얼마 전 종영된 SBS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이다. 그 동안 휴대폰·세탁기·냉장고에 집중됐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간접광고(PPL)이 이젠 모바일 메신저로 확대되고 있다.
글| 정미하 기자 사진| 각사 제공
술에 취한 천송이(전지현 역)가 특유의 귀여운 표정으로 도민준(김수현 역)에게 '진상 문자'를 연이어 보낸다. 이 때 카메라는 천송이가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이용하는 모습을 친절하게 클로즈업 해준다. 천송이에게서 서서히 멀어진 카메라는 이번엔 거실을 비춰준다. 이 때 눈에 띄는 건 라인 캐릭터 인형. 물론 카메라는 라인 캐릭터 인형도 꼼꼼하게 훑어준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이다. 지난 달 말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과 김수현이란 초특급 스타를 주연으로 내세워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했다. 덕분에 이 드라마에 PPL로 등장했던 라인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드라마 방영에 맞춰 라인 측도 바쁘게 움직였다. 아예 ‘별그대' 공식 계정을 오픈하면서 ‘전지현 팬’과 ‘김수현 앓이 족’ 공략에 나섰다. 천송이를 모티브로 한 '천송이 이모티콘'을 무료로 서비스한다. 그 동안 드라마 PPL 단골 손님은 휴대폰, 세탁기 같은 제품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추세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이젠 ‘무형의 서비스’ 까지 심심찮게 PPL 대상으로 등장하고 있다.
◆ “해외 시장 공략엔 한류 드라마가 제격
드라마에 PPL로 등장한 모바일 서비스는 라인이 처음은 아니다. 이민호, 박신혜 등 청춘 스타들을 내세운 SBS 드라마 ‘상속자’들 역시 ‘메신저 PPL’로 톡톡한 재미를 봤다. 이 드라마에선 주인공들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수시로 비춰줬다.
드라마 뿐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메신저 PPL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 멤버들은 여행 일정이나 준비물을 체크하는 도구로 네이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밴드'를 이용한다. 폐쇄형 SNS 밴드가 소규모 모임을 위주로 한 서비스라는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SBS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서는 네이버 '라인'과 브라이니클이 만든 모바일 메신저 '돈톡'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모바일 메신저가 PPL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의 90% 이상이 사용하고, 누적가입자 수가 1억명이 넘는 카카오톡이 PPL에 나선 것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공략 전략의 일환이었다. 지난 2010년 해외 진출을 선언했지만, 뚜렷한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였던 셈이다.
PPL을 했던 드라마 '상속자들'은 기획단계부터 해외 판권계약을 염두에 뒀다. 주연들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인기가 많은 배우 위주로 캐스팅했다. 카카오톡이 ‘상속자들’에 PPL을 한 건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이용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상속자들’이 적격이라고 판단했던 셈이다.
그런 점에선 ‘별그대’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 역시 중국 제작사와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 해외 이용자 증대에 관심이 많은 라인의 이해관계와 딱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라인이 ‘별그대’에 PPL을 한 이유는 또 있다.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국내 시장 공략이란 또 다른 목적도 있다. 라인의 해외 이용자는 현재 3억3천만명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미약한 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코리안클릭이 집계한 라인의 국내 순이용자는 314만명 수준에 불과하다.
◆“방송 노출만큼 확실한 홍보 수단 없다”
모바일 메신저 PPL이 크게 늘면서 광고 금액과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느 정도 금액을 들여 얼마나 많은 효과를 볼까?
네이버를 비롯한 PPL 집행 업체는 "드라마 제작사와의 계약 사항이라 정확한 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수의 업계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은 아니지만 드라마 한 회당 평균 1억~2억원 선에서 광고비가 집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은 총 20부작으로 제작된 ‘별그대' 10회부터 등장했다. 얼추 잡아도 최소 10억~20억원의 마케팅비가 소요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는 네이버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한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황 CFO는 “3·4분기 마케팅 비용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내년까지 마케팅 비용을 늘려, 해외 이용자 확대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만큼 최소 10억원 이상 투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효과는 어떨까. 실제로 돈톡은 '런닝맨'에 방송된 당일에만 20만 다운이 이뤄지는 등 효과를 봤다. 광고비가 1억~2억원에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다운 1개당 500~1천원의 비용을 집행하는 셈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에 노출되는 것만큼 서비스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은 없다"며 "마케팅 비용을 감당할 여력만 된다면 업체에서는 PPL시장에 적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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