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전시보니…'뛰는' 삼성, '쫓는' 중국

[김현주기자] 무섭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 업체들은 언제 우리나라 IT 기업을 뛰어넘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24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의 '3홀'에 있다. MWC는 한 해 모바일 트랜드와 업체별 경쟁력을 알아볼 수 있는 주요 이벤트다.

우선 3홀에는 우리나라 전자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기업으로는 화웨이, ZTE, 노키아, 레노버 등이 자리 잡았다. 전통적으로 MWC에 참여하지 않는 애플을 제외하면 세계 주요 스마트폰 기업들이 3홀에 모여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순위 1위부터 5위까지는 삼성전자(32.3%), 애플(15.5%), 화웨이(5.1%), LG전자(4.8%), 레노버(4.6%), ZTE(4.1%) 순이다. 3위부터 1% 안팎 점유율 차이로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률 둔화 및 경쟁 심화로 어느 때보다 부침이 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조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MWC2014 전시관에서도 이 같은 시장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이번 MWC2014에서 3홀에 자리잡은 업체들의 전시 품목과 전략을 비교해봤다.

◆마주보고 있는 삼성전자vs화웨이

지난해 훌쩍 성장해 중국업체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경쟁하듯 바로 맞은 편에 부스를 세웠다.

물론 삼성전자의 전시관이 화웨이보다 2배 이상 크긴 하지만 언젠가는 네트워크, 모바일 분야에서 삼성을 넘어트리겠다는 화웨이의 야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IM담당 사장은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 업체들은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다. 얕잡아보면 안된다"라며 위기 의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전시 품목을 보면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다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서비스 및 콘텐츠, B2B 솔루션 '녹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반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가장 부각되게 전시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에서 1등, 태블릿에서도 애플을 위협하는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잘하고 있는 분야보다는 향후 노력해야 하는 분야, 즉 서비스와 B2B 솔루션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

삼성전자는 바르셀로나 시내 및 공항에도 제품보다는 녹스 광고판을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갤럭시 광고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반면 화웨이는 지난 23일 미디어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태블릿PC X1 및 M1, 스마트폰 어센드G6, 토크밴드B1 등을 공개했으며 이날 부터 이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MWC2014에 참여한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전시관 풍경을 보면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넘어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반면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은 하드웨어를 뽐내기 바쁘다"라고 전시를 평했다.

◆화웨이에 뒤쳐진 ZTE, 태블릿 강점 레노버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부스에서 몇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ZTE의 부스가 크게 자리잡고 있다.

ZTE는 6인치 대화면 디스플레이 '그랜드 메모2'를 메인 전시품목으로 선정했다. 하드웨어를 강조한 화웨이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다만 ZTE는 화웨이보다 전시 품목이 적다. 그랜드 메모2와 함께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그랜드S2를 선보였다. 이 마저도 화웨이와 비교하면 제품과 기술력에서 다소 뒤지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최근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는 화웨이, ZTE보다 감각적인 디자인의 부스를 세워 참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아직 모토로라와 합친 시너지가 나진 않지만 스마트폰 시장 5위권내 업체답게 수준 높은 제품들을 전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PC 1등 업체의 강점으로 전시품목을 다양화해 볼거리를 선사했다.

5.5인치 풀HD 스마트폰 바이브Z, 5인치 제품 '바이브X'뿐 아니라 8인치와 10.1인치로 나뉜 '요가' 태블릿을 전시했다.

올해 레노버가 모토로라와 시너지를 내고 경쟁자 화웨이, LG전자 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노크 집중 시킨 LG전자, 저렴한 폰 내놓은 노키아

LG전자는 하드웨어보다는 사용자경험(UX) '노크'를 전시 메인 테마로 잡았다. '노크온'은 화면을 두드리면 켜지고 꺼지는 단순한 기능이지만 편의성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UX다.

LG전자의 또 하나의 야심작은 '노크코드'. G프로2에 처음 탑재된 이 기능은 두드리면 켜지는 것에 잠금해제 기능을 합쳤다.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화면 어디든 두드리면 잠금해제 되는 식이다.

LG전자는 그 동안 제품 하드웨어 스펙 위주로 전시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이다. 소프트웨어를 통한 편의성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일단 개막 첫날 반응은 좋은 편이다. LG전자 부스에는 많은 인파가 몰려 제품을 체험했다.

노키아도 대형 부스를 차리고 신제품들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당초 '노르망디'로 알려졌던 안드로이드OS폰 '노키아X' 시리즈가 메인 전시품목으로 나왔다. 이 제품은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만들어졌지만 응용했을 뿐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제공하지 않고 사용 환경도 노키아의 것이다. 언뜻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 UI와 비슷해 보이지만 사용 환경은 다르다.

가격은 13만원대로 저가 시장을 겨냥했다. 노키아의 플래그십이라기 보다는 틈새전략이 강조된 제품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에 합병된 노키아의 올해 모바일 전략이 전부 드러났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