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소프트웨어(SW)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SW 분리발주제도가 정착돼야 한다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분리발주의 예외적용이 너무 쉬운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SW 분리발주 제도는 총 예산이 10억 원 이상인 국가 정보화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5천만 원 이상의 SW가 사용될 경우 해당 SW를 단일 품목으로 별도 분리해서 발주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분리발주가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중심의 정보화 사업이 주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패키지 SW 기업이 제값 받기를 실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임에도 쉽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의 조속한 정착을 촉구하고 있다.
◆ 분리발주 적용률 높아진 만큼 예외 적용도 늘어
공공 IT 프로젝트에서 SW 분리발주 제도가 의무화된 것은 지난 2009년. 이전까지는 권고 사항이었다.
정부는 그 동안 분리발주 제도를 정착시키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이를 증명하듯 공공기관이 분리발주를 적용하는 경우는 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분리발주 적용률은 지난 2009년 32.6%에서 2011년 58%까지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W 분리발주 제도가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원인으로 업계는 분리발주 예외적용이 너무 쉽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미래창조과학부 고시에 따르면 분리발주 예외 사유는 '직접구매를 이행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라고 정하고 있다. 발주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쉽사리 예외적용이 가능하다는 지적은 바로 이 부분에서 비롯된다.
'개별 구매 시 납품 단가 상승 우려', '연계 사업과 협력 필요' 등이 자주 쓰이는 예외 적용의 이유다.
정부도 이같은 편법을 막기 위해 분리발주 예외적용을 까다롭게 만들고 있기는 하다.
지난 해 지식경제부는 분리발주율을 높이기 위해 '분리발주 대상 소프트웨어 고시'를 개정하면서 공공기관이 정보화 사업 SW 분리발주를 하지 않기 위한 예외 규정을 적용할 때 그 이유를 제품 품목별로 밝히도록 했다. 이전에는 프로젝트별로만 예외 적용 사유를 기록했다.
최근 조달청도 공공조달제도를 개편하며 SW 분리발주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예외 사유에 대한 사전검증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발주기관이 SW 통합발주를 희망해 요청하면 사유서를 받고 이를 5일간 공개해 입찰참여 희망자들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분리발주를 적용하는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경우도 계속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같은 기간인 2009년에서 2012년 사이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비중도 21.4%에서 30.7%까지 높아졌다. 지방자치단체의 분리발주 적용률은 지난 2011년 12.5%에 머물러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SW 업계 관계자는 "조달청에서 하도록 돼 있는 분리발주 예외 적용 적정성 검토라는 것도 사실상 법적 구속력이 없어 발주 기관이 어떤 사유로든 예외를 적용하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분리발주가 활성화될 리 없다"고 꼬집었다.
발주기관에서 관리 부담 등을 이유로 분리발주를 기피하는 경향이 여전한 것도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공공기관 구매 담당자로부터 '분리발주를 하면 20여 개가 넘는 사업을 내야 하는데 혼자서 어떻게 다 관리하느냐'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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