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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경쟁의 숨은 조력자 ERP와 SCM


ERP로 기업 운영 효율화, SCM으론 공급망 최적화 추구

[김관용기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치열한 맞수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선 꼽히는 것은 뛰어난 제품을 기획해 내는 연구개발(R&D) 역량과 매력적이고 튼튼한 휴대폰을 만드는 제조 기술, 전 세계 사용자들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마케팅 능력 등이다.

IT전문가들은 그러나 삼성전자와 애플의 경쟁력은 강력한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 체계에 기반한 치밀한 시장 전략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기업 전 조직과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체계적 계획 경영 체제가 두 기업의 성공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전사적자원관리를 통해 경영혁신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추구하고 공급망 관리를 통해 부품 공급업체와 생산업체, 고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실시간 파악하며 시장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 비즈니스 핵심 경쟁력 ERP

효율적 비즈니스 운영과 수익성 있는 성장을 이루기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미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운영 업무와 수시로 발생하는 정보 요청, 끝없이 밀려드는 업무 처리를 효율화시키려면 시스템 통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중요한 정보가 각기 다른 시스템이나 장소에 위치한다면 업무 처리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영업, 회계, 운영 프로세스가 서로 연관성 없이 각각 관리되면 자칫 병목현상도 발생하고 생산성 저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점하려면 비즈니스 전반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정보 접근 방법을 최적화시켜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전사적자원관리는 이를 가능케 하는 IT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모든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ERP는 회계, 재무, 영업, 고객, 구매, 운영, 재고, 유통, 보고, 관리 등 전 업무 영역을 포괄한다.

ERP의 최대 강점은 최적의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분석 제공한다는 것. 이를 통해 기업은 전략과 실행 간 격차도 좁힐 수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ERP 시스템 뿐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 지사와 법인의 ERP를 통합시키는 글로벌 전사자원관리(G-ERP) 통합 프로젝트까지 추진했다. G-ERP는 전 세계 72개국 197개 거점에 퍼져 있는 22만여 명의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시스템에 접속해 똑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 사례로도 꼽힌다.

◆삼성 vs 애플, 공급망 최적화 경쟁 치열

전 세계 수요와 공급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돕는 공급망 관리(SCM) 시스템도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력 중 한가지. 속도와 민첩성에 중점을 둔 삼성전자의 SCM은 애플과 맞설 수 있도록 한 원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SCM은 제조기업들의 혁신을 위한 경영전략 시스템으로 제품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하나의 통합망으로 관리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고 재고를 줄일 수 있도록 한다.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책임자(CEO) 자리에 오른 팀 쿡은 SCM 전문가로 유명하다. 1998년 애플에 합류한 팀 쿡 CEO는 당시 제품 공급과 수요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던 애플의 공급망을 최적화시켰다. 70일 이상 팔리지 않은 채 쌓여있던 재고 물량의 정체 기간을 10일 이하로 단축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팀 쿡은 매장에서 일부 팔리지 않는 제품을 과감히 폐기했으며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기 전 기존 제품의 재고를 없앴다. 신제품이 기존 제품을 잠식하는 현상(cannibalization)을 막고 소비자들이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까지 제품을 사도록 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의 SCM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 해 SCM 상위 25개 글로벌 기업 중 삼성전자를 8위로 평가했다. 1위는 애플이었지만 삼성전자의 순위는 아시아 최고였다.

삼성전자는 SCM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5%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0%가 넘는다. 애플의 두배 수준이다. 애플이 강세를 보이는 미국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애플과 대등한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두 기업에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하는 SAP 내에서도 한국 지사와 미국 지사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모양새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SAP코리아와 애플을 지원하는 SAP아메리카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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